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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Mar 22. 2022

요즘 가지고 있는 글쓰기 스트레스

 얼마 전, 친한 동생과 통화를 했다. 울 둘째가 4살 무렵, 한 놀이센터에서 만난 둘째 친구 엄마다. 서로 아이를 키우는 상황이 비슷했고, 합이 잘 맞아 아이들보다 엄마들끼리 친구가 된 경우였다. 솔직히 그 녀석들은 너무 어릴 때 만나 본인들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것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동생은 이런저런 그동안 일상의 근황을 서로 나누는 도중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툭'하고 질문을 던졌다.

“언니, 요즘 글은 쓰고 있어?”

 그 순간 모든 생각들이 꽁꽁 얼어붙었다.

 글? 글! 맞다, 나, 내 글 쓰려고 했지. 진실로 내가 쓰고 싶은 글들! 매일매일 열심히 살아가고 일상의 기록들과 생각들을 열심히 남기고 있지만 정작 내가 쓰고 싶은 글을 거의 못 적고 있다. 거의 1년이 넘게 말이다. 매일 이런저런 일상의 스케줄들에 치이며 살지만, 종종 쓰고 싶은 글에 대한 막연한 창작욕구들이 내 머릿속에서 요동치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막상 지금 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손에서 놓지도 못하는 욕심꾸러기처럼, 두 개의 떡을 꾹 쥐고서 놓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 바로 지금의 나다.


 어제 동화 합평 방에서 한 선생님이 대뜸 한 신문 기사 링크를 공유했다. 이게 뭔가 싶어 들어가 보니 그분의 동화가 당선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작년에도 한 공모전에 당선되었다고 사진을 찍어서 올렸는데 이번에도 그런 모양이었다. 그것을 본 순간, 처음에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좋을지 잘 몰랐다. 축하는 해야 하는 데, 그렇다고 ‘좋은 사람’ 마냥 앞장서서 축하하기에는 마음이 좀 주춤거렸다. 단톡방 역시 몇 십분 동안 톡을 읽었다는 표시들은 점점 늘어났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조용한 적막이 계속 흐르는 듯했다. 그렇게 몇 십분 동안 다들 ‘읽씩’하다 드디어 한 분이 ‘축하한다’며 요란한 기쁨의 이모티콘과 함께 메시지를 올렸다. 그 메시지와 함께 나도 뒤이어 얼른 환희의 이모티콘과 함께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정확히 그 선생님이 신문 기사 링크를 올리고 겨우 30분 만이었다. 한 분이 축하 메시지를 올리기 전, 그 짧은 시간 동안 이 단톡방에서 얼마나 많은 감정의 물결들이 세차게 휘몰아쳤을까? 이곳은 모 센터의 아동 창작교실 수료 후, 몇몇 선생님들이 동화를 쓰기 위해 만든 여러 사람들의 소망들이 깃든 단톡방이다. 처음에는 스무 명의 사람들이 시작했다가 몇 년 사이에 하나둘씩 빠져나가고 이제 6명 정도의 선생님들만 남았다. 그마저도 이번에 당선된 그분을 제외하고 최근 다들 작품을 올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일상의 생활과 사람들, 그리고 기약 없는 시간들에 지치는 나날이었다.


 생각해 보니 왜 단톡방의 선생님들이 점점 작품을 올리지 않는지 물어본 적이 없다. 그저 ‘나와 비슷하겠지’라고 생각하며 단정 지었을 뿐, 그분들의 생각들을 소탈하게 묻지 않았다. 일상에 지쳐서, 작품의 구상이 더 이상 생각 안 나서, 아니면 열정이 식어서, 혹은 우리들의 어설픈 합평에 실망해서.... 이런저런 이유를 떠올려보다 결국 포기했다. 이 또한 그분들의 선택이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그 선생님만은 꾸준히 합평 방에 글을 올리며 끈덕지게 샘들의 합평을 요구했고, 공모전마다 다 도전했다. 그래서 지금에야 그 결실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요즘 나는 왜 글을 안 쓸까? 생각해 보니, 나는 그분과는 반대로 선생님들의 합평을 받으며 점점 창작의 의욕이 깎였던 것 같다. 내가 쓰고 싶은 글과 합평 방의 선생님들이 생각하는 글쓰기의 방향들은 너무 달랐고, 자식 같은 글들이 호되게 야단을 맞을 때마다 부모의 마음이 되어 점점 글쓰기가 싫어졌다. 그래, 차라리 생각들을 머리에서 안전히 가두자. 그러면 상처받을 일은 없겠지?

 

 또 다른 이유는 어떤 글을 써야 좋을지 방향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예전, 창작 교실 수업을 듣고 합평 방에 가입할 때만 해도 동화를 쓰고 싶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동화들을 열심히 읽었지만 이상하게 재미가 없었다. 몇몇 동화를 제외하고는 너무 단순했고 식상하고 또 교훈적이었다. 이번에 공모전에 당선된 그분의 동화도 솔직히 말하면 내 취향은 아니었다. 저렇게 써야지만 공모전에 당선된다고 생각하니 좀 마음이 답답했다.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 요즘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든다. 그냥 행복한 독자로 사는 것이 나에게 더 맞는 걸까? 머릿속에서 샘솟는 생각들의 형태들이 ‘공모전’, 혹은 ‘대중 유행의 틀’에 맞춰서 자꾸만 깎여 간다. 그냥 혼자서 내 취향에 맞게 풀어내고 소소하게 ‘킥킥’ 거리며 쓰는 것이 나에게 맞는 것인지, 아니면 그 선생님처럼 공모전에 맞춰 글을 다듬고 계속 두드리고 도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글쓰기 방향성을 잃어버린 것, 이것이 요즘 내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글쓰기 스트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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