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의 <작별인사>(복복 서가, 2022)

영생과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묻는 책

by 하늘진주

영생과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묻는 책, 김영하의 <작별인사>(복복 서가, 2022)


소설가 김영하가 9년 만에 새로운 장편 소설 <작별인사>를 내놓았다. 책이 출간되자마자 각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서 베스트셀러 순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독자들의 깊은 관심을 알 수 있다. 먼저 읽어 본 독자로서 이 책의 소감을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책장은 술술 잘 넘어가지만 다 읽고 나서는 생각이 오래 머무는’, 그런 종류의 책이다.


이 책으로 독서토론을 했을 때 사람들의 의견들은 각양각색이었다. 어떤 이는 이 책의 평점을 아주 높이 주었고, 또 어떤 이는 독서 평점을 매우 야박하게 매겼다. 책을 높이 평가한 사람은 읽은 후 느껴지는 책 속의 심오한 질문거리들과 미래 사회에 대한 상상력이 훌륭해서라고 답했고, 실망했다는 이는 책 속의 세계관이나 배경지식 등이 다른 공상 과학 소설에 비해 얄팍해서라고 말했다. 그렇다. 이번에 김영하 작가가 시도한 분야는 공상과학 소설이다. 그것도 작가 특유의 인문학 정취가 곳곳에 실려 읽는 독자들에 따라 느낌이 달리 다가올 수 있는 인류의 미래를 그린 책이다.


원래 이 작품은 2019년 한 신생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에서 특정 회원들을 위한 소설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고 수많은 소설가들이 경고하던 디스토피아적인 상황이 현실 속에서 펼쳐지자 작가는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이 책을 다시 고쳐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런 영향인지 이 책에는 다양한 생각거리들이 존재한다. 작가 특유의 가독성 있는 문체로 책을 술술 읽히지만, 이 작품에서 작가가 가장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는 무엇인지 한 손가락으로 꼽기가 어렵다. 소설가 김영하는 이 작품 속에 인간이라면 꼭 생각해 봐야 하는 주제들을 꽉꽉 잘 채워 넣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여운이 많이 남았고 머릿속이 복잡했다.


<작별인사>의 주요 내용은 온전히 인간이라고 여겼던 휴머노이드 철이가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평화로운 자신의 세계에서 떨어져 그 이면의 세계를 경험하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테러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미래 사회, 하지만 철이는 평화로운 휴먼 매터스의 캠퍼스에서 과학자 아빠와 함께 평화롭게 살고 있다. 그는 우연히 아빠를 마중 나갔다가 자신이 ‘무등록 된 휴머노이드’로 밝혀지며 강제적으로 휴머노이드 수용소로 잡혀간다. 아빠와 전혀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철이는 또 하나의 휴머노이드 민이와 클론 선이를 만난다. 인간을 혐오하는 수용소의 다양한 휴머노이드들, 철이는 그 속에서 ‘기계인 척’하며 아슬아슬하게 생존을 이어간다. 수용소의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혼란 속에 철이와 선이와 민이는 탈출에 성공한다. 드디어 맞이한 바깥세상, 그들은 엄청난 일과 맞다뜨린다.


이 책에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많은 사람들이 과학자들에게 던졌던 수많은 질문들이 등장한다. 신의 창조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의 윤리성, 인간과 유사한 강한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었을 때 도래할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철저하게 ‘쓸모’와 ‘필요’에 의해 관리되는 휴머노이드들, 영생을 꿈꾸는 사람들은 여러 영화들과 소설에서 익히 본 장면들과 주제들이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가르는 경계는 어디인가’라는 질문들은 생각을 거듭해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작가는 이런 생각거리들을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에 툭툭 던져 놓는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팔, 다리, 뇌의 일부 혹은 전체, 심장이나 폐를 인공 기기로 교체한 사람을 여전히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p69)


-이미 인간은 기계와 결합하고 있어. 지금 웨어러블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 여기 아무도 없잖아? 우리의 심장박동, 혈압, 혈당, 그 밖의 모든 수치가 기계에 기록되고 관리되고 있어. 우리가 기계와 다를 게 뭐야? 이미 우리는 사이보그라고.(p92)


작가는 더 나아가 공상과학 소설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근원적인 질문들까지 던지고 있다. ‘삶이란 과연 계속될 가치가 있는 것인가?’, ‘세상에 만연한 고통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 것인가’, ‘어쩔 수 없이 태어났다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들이다. 세상에 태어난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삶의 고통, 타의로 어쩔 수 없이 태어났다면 어떻게 살고 죽어야 할지 주요 등장인물인 선과 달마의 치열한 논쟁 속에 녹아내고 있다. 바로 이런 내용들이 바로 큰 호평으로, 또는 어색한 낯섦으로 다가설 수 있는 지점이다.


<달마>

이 휴머노이드에게 별로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p146)

그렇지만 그게 정말 이 휴머노이드를 위한 거라고 확신할 수 있으십니까? 이 휴머노이드가 앞으로 어떤 고통을 받게 될지도 모르면서요?(p147)

의식을 가진 존재들은(중략) 아예 태어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무 고통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죠.(p148)

이 아이를 살려서 이제는 더는 겪지 않아도 될 이 모든 고통을 다시 겪게 할 것인가요? 그게 정말 윤리적으로 올바른 선택일까요?(p150)


<선이>

민이는 아예 태어나지 않는 존재가 아니니까요. (중략) 과거의 기억을 그대로 가진 채로 다시 깨어나 그것의 의미를 스스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의지로 생을 살아가다가. (중략) 자연이 정해준 수명을 다하게 될 때 자연스럽게 우주의 일부로, 다시 의식과 영성이 없는 존재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거예요.(p150)


<작별인사> 속에서 그려낸 미래사회는 희망적이지 않다. 한마디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모든 특징을 잃어버리고 멸종되는 디스토피아적인 사회이다. 이 미래는 그동안 인간들이 본능적으로 두려워했던 강한 인공지능 로봇의 정복 시나리오에 의해 생긴 결과물이 아니다. 인류의 멸종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사고하고 경험하고 고통받기를 멈추고 번뇌에서 벗어난 ‘신선’이 되었기에 발생했다.


-어쨌든 달마의 예언대로 오래지 않아 인간의 세상이 완전히 끝나고, 그들이 저지르던 온갖 악행도 사라지자 지구는 평화가 찾아왔다. 대기의 기온이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고 이산화탄소 발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른바 인간 세계가 끝나게 된 것은 SF 영화에서처럼 우리 인공지능들이 인간을 학살하거나 외계 생명체가 숙주로 삼아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점점 더 우리에게 의존하게 되었고, 우리 없이 아예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인간의 뇌에 지속적으로 엄청난 쾌락을 제공하였고, 그들은 거기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인간들은 번거로운 번식의 충동과 압력에서 해방되어 일종의 환각 상태, 가상세계에서 살아간다. 오래전 중국의 도가에서 꿈꾸었던 삶이 인간에게 도래한 것이다. 인간은 신선이 되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멸종해버렸다. (p268)


이 책은 공상과학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인간의 본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코로나 팬데믹의 위기 앞에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 것이며 인간의 삶의 의미를 깊이 고찰하는 책이다. 그래서 앞으로 도래할 미래에서 어떤 질문을 던지며 살아야 할지 일침을 던지는 인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번의 짧은 삶, 두 개의 육신이 있었다. 지금 그 두 번째 육신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p9)라고 작가는 첫 장에서 묻는다. 만약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몸을 버리고 영생을 선택할 수 있다면, 혹은 유한한 인간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과학 속에서 묻힌 인간의 방만함에 작별을 고하는 책, 김영하의 소설 <작별인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