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년에 고3 엄마가 된다.

나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글을 쓴다.

by 하늘진주

올해 8월 여름 휴가지를 고민하다 큰 애에게 언제 방학을 하는지 물었다. 아들은 7월 중순에 방학을 하긴 하는데, 수업은 안 해도 계속 학교에 나가서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큰 애가 다니는 학교는 ‘입시 사관학교’라는 별명이 붙은 기숙사 학교라 방학에도 계속 학생들을 불러 자율학습을 시켰다. 이번 휴가를 언제로 정할지 고민이라는 말에, 큰 애는 잠시 고민하다 “공부할 것이 많아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쉴 때는 쉬고, 공부할 때는 공부해야지’라는 내 말에, 아들은 “어휴, 엄마, 내년 수능까지 이제 겨우 400일 남았어요. 이제 저도 공부해야죠.”라고 답변했다.


말로는 이제 ‘내년에 고3 엄마’라며 주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는 있지만, 내심 아직 그 마음이 잘 장착되지 않은 모양이다. 정작 휴가지에서는 책 한번 안 들춰보고 열심히 핸드폰 게임에만 열중했던 큰 애처럼, 말로는 고3 엄마라고 조바심을 내지만, 솔직히 ‘고3 엄마’가 되어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냥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밥하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잔소리하고’와 같은 일들을 반복하면 되는 걸까? 고3 엄마는 좀 더 다른 태도로 아이를 대해야 할까? 아들이 ‘내년이 두렵다’라며 온갖 너스레를 떠는 것처럼, 나도 내년이 두렵다. 큰 애가 고3이 되는 내년은 세상이 확 바뀌는 걸까?


고3 엄마는 대체 뭘까? 객관적으로 ‘고3 엄마’의 정의는 말 그대로 고등학교 학교 과정에서 마지막 학년을 차지하는 학생의 엄마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고3 엄마’는 이런 사실보다 좀 더 ‘두렵고 고달프고 힘듦’의 대명사처럼 느껴지고 한다. 나 역시도 그동안 만났고 지금 만나는 수많은 고3 엄마들에게 “너무 힘드시죠?”라는 인사말을 덧붙이곤 했다. 정작 그 말을 들은 엄마들은 다 제각각의 반응을 보이곤 했다. 어떤 엄마는 시름이 가득한 표정으로 ‘너무 힘들다’라고 하소연했고, 또 어떤 엄마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아니요, 하나도 안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런 반응을 볼 때마다 내년에 ‘고3 엄마’가 될 예비 엄마로서 어떻게 심신이 단련해야 할지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 한 가지 분명하게 느낀 점은 엄마들의 그런 다양한 반응을 끌어내는 원인 제공자는 바로 당당하게 ‘대한민국의 고3’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자식들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의 태도, 스트레스 지수, 짜증의 빈도에 따라 엄마들의 마음은 카멜레온처럼 파랗고 빨갛게 변했다.


고3 엄마, 아직은 나에게 뿌연 안개로 둘러싸인 미지의 섬이다. 아이들의 고3 시기를 무사히 넘긴 주위의 선배 엄마들에게 물었다.

“대체, 아이가 고3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지금 일을 줄이고 아이에게 좀 더 집중해야 할까요?”

이 질문을 들은 A 엄마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아이는 공부하느라 힘들어서 공부 외에 다른 정보들은 알기가 힘들어. 그 일을 엄마가 들어주는 거지.”라고 말했다.

같은 질문을 들은 B 엄마는 “어휴, 아이가 고3이 되어도 정작 엄마가 할 일은 별로 없어. 좋은 것 먹이고, 마음 편하게 해 주는 것이 장땡이지. 내년에 일을 줄일 거라고? 그러지 마. 괜히 아이만 보고 있으면 속 터지니까 계속 일을 해.”라며 한숨을 쉬었다.


대한민국의 하늘 아래, 같은 시간대를 ‘고3 엄마 시기’를 보낸 엄마들조차도 그 시기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본인이 느꼈던 경험과 상황에 따라 고3 엄마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어떨 때는 시린 마음을 힘없이 붙들면서, 또 어떨 때는 희망을 가득 부풀며 그렇게, 저렇게, 고3 아이와 함께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아이가 고3이 되기까지 6개월, 나는 미리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프로메테우스가 되어야 할까? 아니면 마음이 편하게 나중에 생각하고 고민하는 에피메테우스가 되어야 할까? 함께 부딪혀야 할 길, 이 시기 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충분히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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