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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Nov 04. 2022

숭례문학당 독서토론 심화과정

 요즘 매주 목요일 오전에는 숭례문학당에서 진행하는 독서토론 심화 과정을 듣고 있다. 독서 기본부터 독서 리더, 심화까지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으니, 올해 일주일 중 며칠은 거의 숭례문학당과 내 일상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처음 이 과정을 듣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종종 학교에서 만나는 고등학생 친구들은 책을 잘 읽어오지 못했다. 그들은 한창 공부에, 수행 준비에 바빴기에 성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 수업에까지 책을 읽어 올 여유가 없었던 탓이다. 물론 이런 경우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른들도 바쁜 일상에 지친 나머지 책을 읽지 못하고 독서 모임을 가진 적이 종종 있었다.


 ‘어떻게 하면 책을 읽어오지 않아도 누구 하나 소외당하지 않고 독서토론 수업을 잘 참여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나의 영원한 화두였다. 그런 갈망으로 항상 이 허기짐을 채울 수 있는 수업을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으로 찾아다녔다. 여기저기 유목민처럼 여러 사이트의 강좌들을 기웃거렸고 그중 내 마음에 꽂혔던 수업이 바로 숭례문학당의 독서토론이었다. 이 과정은 ‘기본-리더-심화-고급’으로 이어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한 독서토론 수업이었다. 처음에는 비싼 수업료와 오랜 시간의 투자에 많이 망설였다. 그렇지만 우선 무작정 등록부터 했다. 기존의 스케줄, 다른 일정들을 생각하며 망설이다가는 평생이 가도 도저히 못 할 것 같았다.


 무척 떨렸던 첫 수업의 긴장에서 벗어나 조금은 ‘논제 만들기’에 익숙해진 독서토론 심화 과정에 접어들었다. 항상 문제는 그럴 때 생겼다. 결론만 말하자면, 총 8강 중 5강에서의 수업 진행 과정에서 무지하게 깨졌다. 다른 과정들과 달리 독서 심화 과정은 홀수 팀, 짝수 팀을 나눠 수강생이 매시간 독서토론 진행을 맡고 있다. 처음에는 이 독서토론 진행방식이 내가 수업 때 사용하는 러닝 퍼실리테이션 진행과 달라 어색했고 많은 지적을 받았다. 그리고 시간에 지나고 좀 익숙해진 찰나에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이다.


 독서 심화과정에서 사용되는 책들의 난이도는 점점 높아진다. 주로 고전이라 불리거나 문해력이 필요한 책들이 선정된다. 그래서 다른 기존 일정들을 소화하면서 일주일에 그 책들을 다 읽고 매주 4개의 논제를 만들고 진행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5강의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이었다. 스스로는 이 책의 자유 논제들과 선택 논제들을 꽤 잘 만들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앞으로 만날지 모르는 여러 패널들을 연기하는 ‘전우’(우리는 같이 공부하는 동기들을 이렇게 부른다)들은 그 논제 속에 담겨 있는 허점을 발견했고, 다양한 질문으로 진행하는 나를 당황시켰다. 사실, 그 당시에는 당황했다기보다는 내가 만든 논제의 어떤 면이 우리 동기들의 질문을 쇄도하게 했는지 무척 궁금했다. 여러 질문들을 들으며 살짝 멘붕이 왔다. 토론에 앞서 말하는 전제 멘트가 좀 부족했나? 아니면 내가 선택 논제를 헷갈리게 했나? 수많은 의문 속에 내 진행순서를 마쳤다.


 솔직히 말해서, 독서 심화과정 5강쯤 오다 보면, 그렇게 당황할 일도 떨릴 일도 없다. 이런 원인에는 함께 수업을 듣는 동기들의 공이 크다. 그들은 독서 심화 1강부터 일부러 어깃장을 부리는 독서 패널부터, 독서 모임에서 있을 수 있는 여러 독서 패널들을 연기하며 진행자들을 강하게 단련시켰다. 이런 시간들을 여러 번 함께 하다 보면 ‘와, 저분은 이제 연기자로 전향해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 출중한 연기력을 보이는 분들도 있다. 우리 전우들은 각 시간마다 어떨 때는 진행하고, 또 어떨 때는 가상의 독서 패널 역할을 맡으면서 이 과정에 참여한다. 그래서 진행자들이 겪는 모든 당황스러운 상황들을 이해할 수 있다. 다들 어떤 심정으로 독서토론 진행의 마이크를 쥐고 있는지 말이다. 종종 그들이 건네는 말들이 그리고 또 시선들이 무척 사랑스럽다.


 나이가 들고 보면 사회 초년생 때만큼 야단을 들을 일도, 내 일에 대한 신랄한 피드백을 들을 일도 별로 없다. 부족한 면을 발견해도 모른 척 넘어가는 것이 예의처럼 느껴진다. 아주 커다란 실수가 아닌 다음에야 ‘뭐, 그분이 알아서 하겠지’라는 마음으로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 과정에서 선생님이 진행 후 알려주는 진행 피드백과 그날 수업 후에 잠깐 시간 내 동기들과 나누는 감상과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래서 '피드백이 아프지 않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전혀, Never!’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 대답은 분명 거짓이다. 사실 신경이 쓰이고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나도 사람인데 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없겠는가? 게다가 무리해서 이 과정들을 신청해서 무척 힘들었다. 어떤 날은 빡빡한 스케줄 탓에 다른 일들을 처리하느라 매일 새벽 2시에 잠들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논제 숙제들을 잘 준비 못해 발을 동동 거리기도 했다. 그때마다 왜 내가 ‘이 과정을 신청했을까?’라고 후회도 많이 했다.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그냥 마음 편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이다.

 

 수업 초기에 한창 바쁠 때는 그냥 힘들었고, ‘왜 신청했지?’라는 생각만 했다. 하지만 이렇게 독서 심화 과정 거의 막바지에 이르고 보니 신랄한 피드백을 들어도 ‘아, 창피해. 나는 부족한 사람인가?’라는 자기 의심보다는 ‘어떻게 하면 그 논제를 잘 고칠 수 있을까?’라는 부분에 방점이 찍힌다. 한없이 여렸던 마음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독서토론 과정을 신청하기 전의 나는 항상 완벽함만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사람들이 나에 대한 지적을 못 한 이유는 혹 내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우아한 백조처럼, 보이는 부분에서 완벽해지려고 끊임없이 버둥대고 있는 물 밑의 발놀림을 알아서 말이다. 사실 난 스스로에게만큼은 실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실수는 ‘무한한 인내심’으로 허용할 수 있지만, 유독 내 실수만은 강퍅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래서 성인이 된 후 다시금 듣는 피드백들은 계속 그 내용을 곱씹게 하고 거슬리는 생채기들이었다.

 

 지금은 그런 마음에서 벗어난 듯싶다. 실수? 언제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에도 없다.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서툰 그 일도 잘할 수 있고 좀 더 발전할 수 있다. 항상 현재 완벽해지고 싶어서 그 자리에 머문다면 새로운 사람들도, 새로운 기회도 가질 수 없다. 그 일을 정말 원하고 좋아한다면 일단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위험하지 않은 실수 속에서 통해, 잦은 도전들을 통해 나는 지금보다 더 성장할 것이다. 이참에 독서토론 고급과정까지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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