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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Nov 22. 2021

신기루 같은 글쓰기

<매일 30분 충전 글쓰기> 2021년 11월 10일 09:34-10:00

당신의 글쓰기 능력을 빈티지 와인처럼 음미하라



 오늘 새벽 전화영어를 끝낸 뒤 오늘의 글쓰기 리드 글을 보며 무슨 내용을 쓰려고 고민하다 밖을 나섰다. 나오는 와중에도 내 카톡에서는 올해 첫눈이 왔다며 흥분한 문자들이 팝콘처럼 톡톡 튀어나왔다. 정말 눈이 왔을까? 밖은 여전히 흐리기만 한데. 아직도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닌 가 싶어 절로 몸이 움츠려 들었다.


 비가 오면 마음이 많이 슬퍼진다. 그리고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우울한 기억들과 미래에 대한 불안들이 내 마음을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는다. 학교에서 숙제로, 의무적으로 글 쓰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쓰는 사람들은 나이가 한 살씩 먹어 갈 때마다 ‘포기’ 혹은 ‘이제 늦었어’라는 말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시작하려면 몇 년 전에 시작했어야지’라는 나의 늦음을 꾸짖거나 ‘이미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굳이?’라며 포기를 종용하는 말들, 혹은 ‘지금 해서 얼마나 하겠니?’ 등등 수많은 말들이 머릿속을 동동 떠다닌다. 요즘처럼 연말에 비가 올 때면 그런 마음들이 더 강해진다. 연말이면 여기저기 시상식이 열리고 나와는 다르게 열심히 글을 써온 예비 작가들은 그동안의 노고에 작든 크든 보상을 받을 것이다. 특히 나와 같이 시작했던 선생님들이 하나둘씩 상을 받고 이름을 알리는 것을 보면 굳이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에 휩싸인다.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동안 글쓰기에 집중하지 못했던 게으름을 탓하기도 하고 일필휘지로 써 내려가지 못하는 내 능력을 탓하기도 한다. 혹은 ‘쓸 수 있는 소재는 이미 다 썼어’라며 애꿎은 소재를 탓하기도 한다. 어차피 글은 재능이 넘치는 작가가 써야지. 그냥 이제 접을까? 이렇게 비가 오는 연말은 그런 생각들로 머리가 더 시끄러워진다.

그냥 이제 접을까? 아니야. 아직 열심히 노력해 보지도 않았는데 한 번은 더 해보자. 안되면 할 수 없고.

 

 글 쓰는 일은 참 기묘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를 찾으러 다니는 탐험가처럼 쉽사리 포기가 되지 않는다. 매번 혼자 무대에 서는 배우처럼 알 수 없는 독백만 계속한다. 아마도 난 죽는 날까지 이런 말들을 계속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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