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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Nov 27. 2023

 ‘공부인(工夫人)’으로 탈바꿈 프로젝트-시작하다


 공부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다.’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자어로는 ‘工’(장인 공)에 ‘夫’(지아비 부)로, 한 명의 숙련된 장인이 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한지 이 단어로 알 수 있다. 이런 공부가 모두에게 빛나는 자리로 안내하는 비결이 되면 정말 좋을 텐데, 아쉽게도 현실 속은 그렇지 못하다. 아이들에게 공부의 이미지는 ‘지겹고’, ‘보기만 해도 답답하고’, ‘무조건 벗어나고 싶은’ 행위일 뿐이다.


 한창 사춘기에 접어든 둘째는 일찌감치 공부에 대해 흥미를 잃어버렸다. 중학교 때부터 슬금슬금 엄마의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한쪽으로 흘려듣는 기술을 습득하더니, 고등학교에 들어오면서부터 “네”라는 대답은 잘하되, 뒤쪽으로 열심히 게임을 하는 ‘땡땡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다. 어휴, 저 녀석을 어떻게 할까?


 솔직히 둘째가 중학교 시절까지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성적 역시 ‘A, B, C, D, E’로 표기되는 절대평가였기에 조금 부족해도 아이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잠자코 지켜보다 보면, ‘언젠가 달라질 거야’, ‘지금은 공부에 큰 흥미가 없어도 고등학교만 올라가면 마음 잡고 공부할 거야’라는 생각만으로 둘째를 내버려 두었다. 솔직히 둘째와 크게 부딪히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아들은 바뀌지 않았고 여전히 놀기 좋아하는 상태로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둘째가 고등학생이 되고 난 이후부터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큰 애를 키우면서 준비 없이 맞이한 고등학교 과정이 얼마나 힘들지 짐작할 수 있었고 걱정이 되었다. 어느 정도 공부에 대한 감각이 있는 큰 애조차 고등학교 첫 시험을 힘들어했다. 아들이 지금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얼마나 뼈 깎는 노력을 했던가. 둘째의 성적에 대한 엄마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역시 학원이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방법으로 둘째가 시간을 절약하며 얼른 성적이 올리기를 바랐다. 그러다 보니 둘째의 자유시간은 점점 없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들인 돈과 시간에 비해 아들의 성적이 그다지 오르지 않았다.


 같은 엄마 품에서 나고, 비슷한 환경에서 키운 아이들이라도 성향마저 같을 수는 없었다. 큰 애는 일찍부터 본인만의 공부 방법을 일찍부터 터득한 아이였다. 엄마의 조언을 잘 따르기도 했고, 스스로 공부 욕심이 있어 공부에 관해서는 큰 속을 썩인 적이 없었다. 큰애가 고2 겨울에 학원을 모두 끊고 스스로 공부하겠다고 선언했을 때도 약간 불안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둘째는 자기주장이 너무 강했고 놀기를 무척 좋아했다. 예전부터 둘째와 뭔가를 해 보려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견디다 못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려 학원을 보냈다. 지금까지 큰 성과를 거둔 적은 없다. 매번 둘째만 보면 걱정스러운 마음에 이런저런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러는 동안 둘째는 점점 예민해지고 나의 스트레스도 많아졌다. 그렇게 둘째와의 신경전이 점점 심해지던 날, 큰 애의 수능이 끝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래서는 전혀 해결되는 일이 없겠구나.


 올해 수능을 마치고 신나게 놀 궁리를 하는 큰 애에게 조심스레 부탁했다. 아무것도 안 해도 좋으니 제발 동생에게 공부하는 방법이라도 좀 알려달라고 말이다. 형이 3년 동안 겪었던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 둘째도 마음이 좀 바뀌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도 형을 무척 존경하고 좋아하는 둘째였다. 그리고 둘째가 싫어했던 과목의 학원을 먼저 끊었다. 아들의 기말고사까지 딱 보름을 남겨 두고 말이다. 솔직히 이 결정이 잘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학원을 끊고 혼자 공부하기가 지금 상황에서 올바른 선택일까? 사실 걱정스럽고 두렵다.


 하지만, 큰 애의 상황을 지켜보니 그저 학원의 도움만으로 길고 긴 마라톤 고등학교 시절의 공부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진정으로 본인이 마음을 먹지 않으면, 스스로 공부를 하려는 의지를 다지지 않으면 고등학교 과정의 벅찬 생활을 견딜 수가 없다. 천천히 돌아가더라도 둘째를 위한 ‘공부인’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려 한다. 솔직히 구체적인 방법은 잘 모르겠다. 그저 앞으로 학원의 도움을 점점 덜 받을 수 있도록, 둘째가 스스로 공부의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어떤 방법이 좋을지 찾아보련다. 앞으로의 그 녀석의 미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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