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인생〉 (카렐 차페크 /열린책들/2025)

손 필사 2

by 하늘진주


한때 나는 특별하고 모험적인 삶을 꿈꾼 적이 있었다. 어린 시절 읽던 동화 속 주인공들은 늘 모험을 떠났고, 낯선 인연을 만나며 삶을 개척해 나갔다. 나는 그런 삶이야말로 제대로 사는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멋진 글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나는 모험을 즐기기에는 너무 소심한 사람이었다. 정해진 시간을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며 가끔씩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참 평범한 인생이다.”


그래서 나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좋은 작가는 특별한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순간을 붙잡아 특별하게 기록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내게 오지 않는 시간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붙잡고 치열하게 기록하지 못한 나의 무심함을 돌아보는 편이 옳았을지도 모른다.

이 소설의 화자는 자신의 삶을 이렇게 말한다.


“나의 삶에서는 비일상적이고 극적인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게 기억나는 것이라곤 조용하고 당연해 보이는, 거의 기계적인 세월의 흐름이며, 내게 다가올 마지막 순간까지도 다른 시간과 마찬가지로 별로 극적이지 못할 것이다. (중략) 이 얼마나 아름답고 평범하고 시시한 삶인가! (중략) 나의 삶은 소리도 내지 않고 멈출 것이다. 아무런 흔들림도 없이, 조용하고 묵묵히 움직임을 끝낼 것이다. 또한 그래야 한다.” (p.19)


‘조용하고 당연해 보이는, 거의 기계적인 세월의 흐름.’

그는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표현한다. 평범한 인생이라고 말하지만, 그 무심한 어조 속에는 기쁨과 허탈함, 안도감 같은 여러 감정이 겹겹이 숨어 있는 듯하다. 나 역시도 그처럼 ‘평범하고 시시한 인생’을 산 듯한데, 나는 이 화자처럼 이렇게 표현할 만한 감정이 남아 있나? 그저 다른 사람의 흑백 인생을 훔쳐보는 듯한 텅 빈 마음으로 내 삶을 돌이켜 보게 된다. 매 순간 난 그저 기계적인 세월의 흐름을 따라 순간의 감정에 일희일비하며 한 치 앞도 모르며 살았다. 화자는, 자서전을 쓰고 있는 그는 좀 다른 삶을 살게 될까? 소설의 페이지를 뒤적이며 자꾸만 나만의 상상에 잠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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