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는 사람이 산다.

섬의 소멸은 우리네 삶과 문화의 다양성이 줄어든다는 의미

by 주는남자
230428_사전답사_사진 (50) (1).jpg 지금은 폐교된 추도국민학교('23.04.28.)

우리나라 섬 중 유인섬은 행정안전부가, 무인섬은 해양수산부가 관리한다고 한다. 처음 알았을 때는 사람이 살고 안 살고에 따라 주무부서가 다른 것이 조금 어색했으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사람이 산다는 것은 행정과 안전이 필수적이니 꽤 합리적인 분장인 것 같다.


섬은 아무래도 살기 사납다.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통영의 '추도'라는 섬에는 144명이 살고 있지만 육지를 오가는 배는 하루에 두 번만 있다. 육지에 시장이라도 보러 일찍 나갔다가 바람이 조금 불어 배가 운항하지 않으면 졸지에 객지 생활하기 일쑤다.


추도 대항마을의 가장 좋은 터에는 1997년 폐교된 추도국민학교가 있다. 한때 재학생이 200여명에 달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관리되지 않아 추도 주민들의 골치거리로 남아있다. 육지까지 배도 몇 편 없고 초등학교도 없으니 추도에서는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린지 오래다. 하루하루 늙어가는 추도의 무인도화가 멀지 않았다.


초등학교에서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으로 삼면이 바다인 것을 배웠다. 이제 보니 맞고도 틀린 말이다. 육지에서 보기엔 삼면이 바다로 보이겠지만 섬에서 보기엔 팔방이 바다다. 섬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입장에서는 육지 또한 큰 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디선가 우리나라의 북쪽에는 반국가단체가 불법으로 점령 중이라 우리나라는 사실상 섬이나 다름 없다는 의견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섬 사람이 보든 육지 사람이 보든 넓은 의미에서 우리는 섬에 살고 있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국가'란 '통치조직을 가지고 일정한 영토에 정주(定住)하는 다수인으로 이루어진 단체'라 정의한다. 섬에 사람이 줄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지역소멸은 섬이라는 영토에 정주하는 다수인을 소멸시키고 있다. 섬에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을 영토가 줄어드는 것과 동일시 하기엔 좀 과장된 감이 있지만 영토가 줄어든다는 것과 같은 의미의 경각심이 필요하다.


작년부터 섬을 오고 가는 일을 한다. 섬이라고는 제주도와 강화도 밖에 가본 적 없는데 하루에 몇 편 없는 배시간 맞춰가며 이동하며 일을 하려니 여간 힘든게 아니다. 어떤 날은 풍랑주의보로 배가 뜨지 않아 며칠을 섬에 매여 보니 사람 살 곳이 아니다 싶다.


도대체 섬 사람들은 왜 섬에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렇게 힘든데 평생을 섬에서 살았다니 대단하다는 생각 이전에 이 섬에서 왜 살았고 왜 살고 있는지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셀 수 없이 많이 입도(入島)를 해보니 조금씩 보였다. 아름다운 경치도, 풍부한 어족자원도 아니었다. 결국 사람이었다. 조금은 투박할 수 있어도 서로를 위하는 서로가 있는 곳, 서로를 위한 공동체가 있는 곳이 섬이었다. 무인도가 늘어간다는 것은 서로를 위하는 공동체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사라진다는 것이고 이는 곧 우리네 삶과 문화의 다양성이 줄어든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이번 기획을 통해 섬과 섬마을, 섬사람의 이야기를 섬의 입장에서 풀어봄으로서 섬이 갖는 많은 의미를 되짚어 보고 섬의 소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모색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국토의 끝에는 섬이 있다.
섬에는 사람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