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거 안해도 도ㅑ!

섬 특성화사업에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당신들에 대한 선전포고

by 주는남자
20240619_130250.jpg 지금은 폐교된 산양초등학교 추도분교에 설치한 도자기 가마, 우리가 제초작업을 하고 잔치를 개최했다.


오늘 오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받았다. 통영의 추도 특성화사업 2단계 운영사로 선정되지 않았다는 소식이다. 오만 생각이 든다. 내가 부족했던걸까? 장표(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이 부족했던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떨어졌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추도는 내게 특별한 섬이다. 보통 한 섬에 다수의 마을이 있으면 마을간 사이가 좋지 않기 마련이다. 과거부터 물자가 부족한 자원을 나눠야 하는 입장이다보니 작은 자원 또는 지원이더라도 양보 보다는 우리마을의 이득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짙다. 추도의 대항마을과 미조마을이 그렇게 보였다. 흔한 섬 안의 마을간 사이가 소원한 섬.


추도 주민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항마을과 미조마을 주민들의 마음속 깊이 스며든 서로간의 아쉬운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아쉬운 마음의 근원이 미움보다는 사랑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그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하나의 추도 만들기'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두 마을 간 화합을 위한 별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냥 추도의 많은 주민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마시고, 술을 마셨다. 했던 이야기 또하고 봤던 주민을 또 만나고, 이제는 이야기를 안해도 어떤 이야기를 할지 알 수 있을때쯤 두 마을은 서로 만나고 싶어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별 것 아니었다. 그저 대항마을과 미조마을 주민 몇몇이 모여 흙을 치댄 것을 불로 구운다는 별 것 아닌 이유였지만 우리는 판을 벌였다. 지금은 폐교되고 쓰지 않는 추도 초등학교 운동장의 잡초를 제초하고 천막을 설치하고 돗자리를 깔았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오리를 삶고 고기를 구웠다.


산양초등학교 추도분교가 폐교된 1997년 이후 최대의 화합잔치였다. 대항마을과 미조마을 가리지 않고 해가 지도록 노래를 부르고 함께 춤췄다. 추도에 대한 우리의 마음 또한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커진 날이었다.


'23년부터 '24년까지 최선을 다해 함께하고 고민한 결과를 내놓았건만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한 섬진흥원이 야속했다. 낙장불입, 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다지만, 참다못한 대표님이 하소연이라도 하고자 전화를 걸었지만 담당 팀장의 답은 '대표님이 섬특성화사업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추도의 현재는 협동조합의 정상화가 뜨거운 이슈다. 전임 이사장이 책임을 다하지 않고 섬을 떠난 상황에서 재정비하여 신규 이사장을 세우고, 새로운 집행부를 꾸리는 작업을 오랜 기간 함께해오고, 섬진흥원의 책임지지 못할 '영화의 섬'추진을 위해 지역의 영화 자원을 연결하고 주민들과함께 영화제의 수익을 고민한다.


추도 주민들과 이야기해보니, 코로나 이전까지는 추도에서 태어나고 초등학교를 나왔지만 타지에 나간 도서민들을 위한 날이 있었지만 학교는 폐교되고, 추도에 있던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나니, 추도가 고향인 도서민들이 추도에 올 계기가 없어져서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우리는 추도 초등학교 동문회장을 찾아가 '25년도의 추도 커밍데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공식적이었든 아니든 우리에게 '섬 특성화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모욕적인 언사다. 섭섭함을 넘어 분하기까지하다.


나는 많은 협/단체와 조직에서 일을 해왔다. 특히 공예와 관련한 기관이 많았는데, 그 중 전북의 한 단체장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느날 구성원이 부탁해서 지원사업 신청서를 접수하러 도청을 방문했는데, 담당자가 공예단체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아휴~ 공예인들.. 거기 두고 가세요'라고 턱으로 가리키곤 뒤돌아 본인 하던일을 하더란다. 그 단체장은 담당자를 돌이켜 세워서 "나 , 이거 안해도 도ㅑ. 다만 당신의 공예인에 대한 행동을 좌시하지 않겠다."라고 말하자 태도가 바뀌었다는 흔한 이야기를 듣고 뭔가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적이 있다.


나 섬사업 안해도 된다. 다만, 당신들의 그 태도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누가 이해도가 떨어지는지. 그리고 지속적으로 검증해야겠다. 당신들의 선택이 과연 최선이었는지. 당신들의 선택으로 결국 피해를 받는것이 누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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