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잎과 할머니.

by 박태철



겨울에 떨어진 솔잎을 보면
할머니가 생각난다.

초등학교 겨울 방학 때 시골에 내려 가면 제일 먼저 갈퀴를 가지고 동네 산에 올라 푸대자루에 솔잎을 담아 오는 일이었다.

그러면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시며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할머니는 솔잎으로 불을 지핀 후
장작으로 불을 때 밥을 해 주셨다.

묵은지와 돼지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김치찌개를 끓여 주시고 솥에 밥을 지은 후 고소한 누룽지까지 해주셨다.

불을 때면 방안은 연기로 가득하다.

방문 사이로 밀려오는 차가운 냉기와
따뜻한 방바닥의 느낌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의 겨울방학은 말 그대로 방학이었다.

비닐 푸대자루에 지푸라기를 넣어
산에서 눈썰매를 타고 대나무를 반으로 쪼개 스키를 만들고, 두꺼운 철사로 얼음 썰매를 만들어 탔다.

지푸리가 더미에 집을 만들고, 길가에 미끄러운 얼음을 만들어 눈을 살짝 덮어 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때 겨울방학은 말그대로 겨울 방학이었다.

지금 우리 두아이의 겨울방학을 보면
학원이 전부다. 사계절의 변화가 없는 스마트폰 세계가 아이들의 문화가 되었다.

어렸을때는 어떻게든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눈썰매장을 많이 갔다.

그래서
우리 세대는 인류의 마지막으로 축복 받은 아날로그 세대라고 한다.

시대는 AI와 로봇이 일상화가 되어 가지만 그 추억까지 만들어 주지 못한다.

공원에서 떨어진 솔잎을 보다가
잊혀진 할머니가 생각나는 하루가 된 것 같다.

라오스에서 만난 할머니와 손자.

보기만 해도 웃음이 가득한 사진속 주인공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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