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가 있을까.

by 박태철



필리핀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부유한 도시인 보니파시오에 갔다.

이곳의 이름은 스페인 식민지에 맞서 싸운 독립 영웅 "안드레스 보니파시오"에서 따왔다고 한다.

톤도 쓰레기 마을에서도 놀랐지만, 보니파시오에 가서도 같은 무게감으로 놀라웠다.

마닐라라는 한 도시 안에 두 개의 세상이 있는 것 같았다.

저녁을 먹었는데 서울 물가와 다르지 않았다.

보니파시오는 금융, IT, 외국 기업, 고급 주거지가 모여 있고 많은 가드들이 있어 안전함 그 자체였다.

보니파시오에서 아이들을 보는데 톤도 아이들 생각이 많이 났다.

톤도 아이들은 잘못한 것이 아니라 그곳에 태어났을 뿐인데, 여기에 태어난 아이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닐라 한 도시 안에서
가장 부유한 세계와 가장 가난한 세계를 직접 보면서 처음에는 이럴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두 계층 간의 격차는 교집합이 전혀 없어 보였다.

세계가 저성장과 전쟁으로 회귀하는 시대가 되는 것 같았다.

이제 다수의 사람들은 고통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을까.

나는 무엇일까?

나는 한국에서 어떤 계층으로 보일까.

여행자로 마닐라를 봤을 때는
왜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한국에서의 내 모습 또한
고착화되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톤도와 보니파시오의 교집합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족의 모습은 가난하든 부유하든 같아 보였다.

그래서 인생을 가난과 부자로 나누기보다 삶의 가치와 감사함이 있는 사람이 잘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니파시오에 사는 부유한 사람이
톤도에 사는 사람보다 반드시 더 행복한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경험을 확장시키고
그 경험은 개념을 만들고
결국 신념이 된다고 한다.

좋은 신념에는 좋은 경험이 필요한 것 같다.

몸은 한국에 있지만
마음은 아직 마닐라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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