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지 않는 것이 ‘상식’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흑사병 이후, 뜨거운 물로 목욕하면 모공이 열려 병균이 들어온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물로 씻기보다는 향수나 천으로 몸을 닦는 방식을 선호했다.
베르사유 궁전에는 화장실이 부족해 요강을 사용하거나, 급하면 구석이나 계단, 정원에서 용변을 해결하기도 했다.
런던이나 파리 같은 도시에서는 집 안에 화장실이 없어, 요강에 모은 배설물을 창밖이나 거리로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냄새를 가리기 위한 향수나, 오물을 피하기 위한 망토와 굽 높은 힐구두가 생겨났다고 한다.
씻지 않거나 오물을 버리는 행동은 문화라기보다 도시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같은 시대, 우리나라에는 ‘뒷간’이라는 화장실이 있었고, 배설물을 모아 밭에 사용하는 구조였다.
유럽이 버려야 하는 시스템이었다면, 조선은 다시 쓰는 자원의 시스템이었다고 볼 수 있다
.
그 당시에는 조선이 위생과 화장실 시스템 면에서 더 앞서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씻지 못한 악취를 덮기 위해 만들어진 향수는, 지금은 명품 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생각하고 사용하는 것들 역시 긴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생각이 항상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느낀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수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중세 시대에는 없던 최첨단 비데 화장실이 얼마나 좋은지 새삼 느껴진다.
하천을 지나가다 검은 천둥오리를 보며, 우리나라의 오수·폐수 처리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