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지만 모든 게 있다.
요즘 아내가 일이 많아 늦게 들어온다.
그래서 퇴근하면
아이들 저녁을 준비하고, 빨래가 마르면 정리한다.
우리 집에는 비데, 식기세척기, 빨래건조기가 없다.
가끔 아내는 “빨래건조기가 있으면 좋을 텐데”라고 말한다.
빨래를 개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더 많다는 걸 느꼈다.
아내는 아침에 나갈 때
바쁜 와중에도 설거지를 하고 집을 정리해 둔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정리된 집이 나를 맞이한다.
아내가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반대로 내가 집을 정리하고 아이들 저녁을 챙긴다.
서로를 믿어주는 힘이 있다.
무슨 일을 해도 신뢰해 주는 힘이 있다.
무엇보다 힘든 구간을 지나오면서
인생의 깊이가 더해진 느낌이 든다.
보이는 것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넉넉함은 충분하다.
그래서 없지만 모든 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