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첫 면도.

by 박태철

아들의 첫 면도.

내가 흘려보내는 시간의 흔적은 늘 비슷한 것 같은데,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시간의 밀도가 느껴진다.

중3이 된 아들은 이제 나보다 모든 것이 크다.

밥을 두 그릇 먹고도 간식으로 라면을 끓여 먹을 정도로
정말 많이 먹는다.

성장한 몸과 행동 사이에는 아직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몸은 어른보다 커졌지만, 생각과 행동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스스로도 이런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롯데월드에 데리고 다닐 때는 잃어버릴까 봐 손을 꼭 잡고 다녔는데, 이제 그 자리는 친구들이 채우고 있다.

스스로 관계를 배우며,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날 준비를 조금씩 해 나가는 것 같다.

물가가 많이 올라
용돈으로 친구들과 주말에 놀러 다니는 것도 아쉬울 때가 많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이제 자신보다 작아진 아빠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아들의 첫 면도가 주는 의미는 참 크다.

아들이 걸어갈 길을 믿고 인정해 주어야 하는 출발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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