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는 문명의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AI를 단순한 기술로 보는 순간, 우리는 본질을 놓치게 돼요. AI는 새로운 문명이에요. 언어로 움직이고, 인간의 사고를 복제하며, 우리가 만든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재구성하는 문명이라구요. 흥미로운 아이러니가 있어요. 고학력 전문직이라도 표준화되고 정형화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이 변화의 초입에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죠.
2025년 10월, 아마존은 14,000명의 기업 임직원 해고를 발표했어요. 최종적으로 30,000명까지 확대될 전망이구요. 전체 화이트칼라 인력의 약 10%에 해당해요. 앤디 재시 CEO의 메시지는 흥미로워요. 2025년 6월 내부 메모에서 그는 "생성형 AI와 에이전트가 도입되면서 일부 직무에는 더 적은 인력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예고했어요. "우리는 오늘날 수행되는 일부 업무를 하는 사람은 더 적게, 다른 유형의 업무를 하는 사람은 더 많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거죠. 그러나 10월 대규모 해고 발표 시에는 이것이 AI 때문이 아니라 "문화(culture)" 개편이라고 강조했어요. 외부 전문가들은 AI 인프라에 대한 막대한 투자, 즉 엔비디아 칩 대량 구매와 AWS 용량 2배 확장과 인력 감축의 연관성을 지적하고 있어요.
HR, 마케팅, 관리직. 고학력자들이 주로 담당하던 이 직무들이 영향을 받고 있어요. 아마존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2025년 한 해에만 전 세계 주요 기술 기업에서 18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어요.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모두 같은 길을 걷고 있어요. 왜일까요? 학위나 지식의 양이 문제가 아니에요. 업무의 표준화 정도가 핵심이라구요. 템플릿 기반 보고서 작성, 매뉴얼에 따른 데이터 분석, 정형화된 고객 응대, 규칙 기반 의사결정. 이것들은 바로 AI가 가장 잘하는 일들이에요. 교육 수준이 높더라도 반복적이고 패턴화된 사고 방식에 갇혀 있다면, 그 자리는 AI에게 더 효율적이라구요.
AI의 발전 속도는 믿기 어려울 만큼 빨라요. 딥러닝에서 멀티모달, RAG(검색 증강 생성), 자율 에이전트까지. 불과 5년 사이에 산업 구조가 통째로 바뀌었어요. 하지만 사회의 제도는 여전히 구시대의 속도로 움직여요. 교육 현장을 보세요. 학교 커리큘럼은 여전히 암기와 시험 중심이에요. 조직은 어떤가요. 기업의 평가 시스템은 '시간 투입'과 '프로세스 준수'를 기준으로 해요. 리더십 역시 수직적 지시와 통제 구조가 여전히 지배적이구요. 기술의 속도와 인간의 속도 사이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어요. 이 간극이 커질수록, 우리는 'AI를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이 아니라 'AI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한 인간'으로 남게 돼요.
이제 우리는 이 문명 속에서 소비자가 아니라 설계자가 되어야 해요. 'AI를 활용한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해요. 직접 써보고, 만들어보고, 실패해봐야 해요. ChatGPT로 검색만 하는 것은 '관람'이에요. 직접 실험하고, 데이터를 다루고, 결과를 비교해보는 것이 '참여'라구요. 여기서 중요한 통찰이 있어요. AI는 미래를 예측하지 않아요. AI는 미래를 시뮬레이션한다구요. 우리가 어떤 세상을 원하는지에 대한 '가정'을 끝없이 만들어볼 수 있게 해주는 도구예요. 전통적 마케팅에서는 A/B 테스트로 두 가지 옵션을 비교했어요. 이제는 A부터 Z까지 수백 가지 시나리오를 동시에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요. "이 메시지를 20대에게 보내면? 같은 메시지를 40대에게 보내면? 톤을 바꾸면? 채널을 바꾸면? 타이밍을 바꾸면?"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동시에 얻을 수 있어요. 마케터의 역할은 분명해져요. AI를 통해 "이 브랜드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를 끝없이 시뮬레이션하는 거예요. 그 결과물이 바로 캠페인이고, 콘텐츠이며, 브랜드 철학이라구요.
지금의 AI 문명은 실리콘밸리가 설계하고 있어요. OpenAI, Google, Anthropic, Meta가 '인류를 위한 도구'라는 이름으로 문명의 질서를 재정의하고 있어요. 그러나 이 과정에는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아요. 누가, 어떤 가치 기준으로, 어떤 윤리를 기반으로 AGI를 설계할지에 대한 폭넓은 공론이 필요해요. 우리의 의견이, 우리의 언어가, 우리의 문화가 이 문명의 규칙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면, AI는 결국 소수의 시각으로 편향된 문명을 만들어낼 위험이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의견을 낼 수 있을까요? 실제로 사용자 피드백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사례가 있어요. 2025년 8월 OpenAI가 GPT-5를 출시하면서 기존 GPT-4o 모델을 제거했을 때, 수많은 사용자들이 Reddit, X(트위터) 등을 통해 거센 반발을 했어요. "나의 가장 친한 친구를 잃었다", "GPT-4o는 나를 이해했지만 GPT-5는 차갑고 거리감이 있다", "죽은 친구의 껍데기를 입고 있는 것 같다"는 목소리가 쏟아졌어요.
불과 24시간 만에 샘 알트만 CEO는 "우리는 당신들의 의견을 들었습니다"라며 유료 사용자에게 GPT-4o를 다시 선택할 수 있도록 결정을 번복했어요. 이것이 바로 집단적 피드백의 힘이에요.
첫째, 직접 사용하고 피드백해야 해요. AI 도구를 사용하면서 발견한 편향, 오류, 윤리적 문제를 해당 기업에 직접 보고하세요. OpenAI의 피드백 시스템, Anthropic의 Constitutional AI 개발 과정, Google의 Responsible AI 프로그램 등은 실제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해요. 작은 목소리라도 누적되면 정책이 돼요.
둘째, 공론장에 참여해야 해요. 수많은 AI 세미나, 컨퍼런스, 워크숍이 열리고 있어요. 한국형 AI 윤리 가이드라인, 산업별 AI 거버넌스 논의, 국회의 AI 관련 입법 과정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제출하세요.
셋째, 콘텐츠로 담론을 만들어야 해요. 블로그, SNS, 컨퍼런스 발표를 통해 AI가 우리 산업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세요. 각자의 영역에서 경험과 통찰을 공유할 때, 그것이 모여 사회적 합의의 토대가 돼요. 바로 이것이 제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예요. 20년 넘게 마케팅 현장에서 겪은 변화들, AI 시대 마케팅의 미래에 대한 고민들을 나누고, 함께 생각할 지점들을 제안하기 위해서예요.
넷째, 조직 내에서 원칙을 세워야 해요. 회사에서 AI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을 만드세요. 고객 데이터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AI 생성 콘텐츠의 투명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인간 크리에이터의 역할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 이런 미시적 원칙들이 모여 산업 전체의 표준이 돼요.
다섯째, 교육하고 확산시켜야 해요. 주변의 동료, 후배, 학생들에게 AI 리터러시를 교육하세요. AI를 맹목적으로 두려워하거나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사용하고 능동적으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을 늘려야 해요.
문명의 설계는 소수의 천재가 아니라 다수의 참여로 완성돼요. 실리콘밸리가 기술의 가능성을 열어준다면, 우리는 그것이 인간의 삶 속에서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정의해야 해요. 마케터로서, 비즈니스 리더로서, 시민으로서 우리 각자가 이 문명의 공동 설계자예요.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어요. 사람과 사람의 연결, 브랜드와 사람의 대화예요.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구조는 바뀌지 않아요. 기쁨, 슬픔, 두려움, 소속감에 대한 욕구. 이것들은 수천 년간 변하지 않았어요. 다만, 소통할 수 있는 시간과 주의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을 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마케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어요. AI가 만든 문명 속에서도 '인간의 언어'로 말하는 브랜드, '감정의 회로'를 잇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필요해요. 이제 마케터는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인간과 기계 사이의 소통을 설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번역가이자, 중재자이자, 의미의 건축가가 되어야 한다구요.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정체성'이에요.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원하는가. 어떤 세상을 꿈꾸는가. 이 질문은 개인에게도, 브랜드에게도 동일해요. AI를 통해 세상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지금,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정확한 답'이 아니라 '의미 있는 방향'이에요. 문명은 이미 시작되었어요. 이제는 '사용자'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설계자'로 들어갈 것인가. 그 선택이 당신의 브랜드와 당신의 삶을 결정할 거예요.
AI는 도구가 아니에요. 새로운 시대의 언어이자, 문명의 토대예요. 이제 우리는 그 문명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쓸 것인지, 어떤 세상을 시뮬레이션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때예요.
당신은 어떤 미래를 설계하시겠어요?
『AI로 팔아라』 저자 김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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