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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네스장 Mar 19. 2021

그레이 헤어로 살아보려고요

일상을 글로 그려봅니다.

“요즘 무슨 스트레스받는 일 있어?”

막 아침인사를 나눈 앞자리의 대리님이 잠시 후 조용히 내게 묻는다.  

“아, 저요? 왜요?”

“아니, 흰머리가 갑자기 많이 생긴 것 같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2.5단계가 되고 염색을 못한 탓이었다.

흰머리가 앞에도 옆에도 위에도 제법 하얗게 많이 보여 신경이 쓰이고 있는 즈음이었다.


“아... 염색을 해야 하는데 못해서 그래요...

“그냥, 백발로 살아~, 요즘 백발이 유행 아니야? 강경화 장관처럼.”

“저 진짜 반백살부터는 그레이 헤어로 살아보려고요.”

멋쩍게 웃다가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던 말이 툭 뱉어져 나왔다.


반백살이 되면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정년퇴임을 앞두신 선배님 거의 백발로 출근하셨을 때, 염색하시면 더 젊어 보일 텐데 하는 생각들었다. 염색을 하고 오시는 날이면 훨씬 산뜻해 보이고, 활기가 있어 보여  좋다고 자연스레 칭찬을 해드리게 된다. 걱정을 해주거나 칭찬을 해주는 사람들의 반응 신경 쓰지 않 자신이 없으니, 내가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반문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남편확실히 염색을 하고 나면 깔끔해 보여서 좋다. 유난히 흰머리가 많이 나는 앞머리와 구레나룻 쪽을 염색해줄 때마다 남편은 “이제 다 됐나 봐~” 하며 엄살을 부린다. 남편은 회사를 안 다니면 염색을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한다. 회사를 안 다니면 물론 좀 덜 신경 쓰이긴 하겠지만, 젊게 보이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평소에도 몇 번씩 몇 살로 보이는지 묻고, 나이보다 젊어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말이다.


나이 드는 티를 내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젊어 보였으면 좋겠는 그 마음을 진짜 내가 오십이 되면 극복할 수 있을지 확언할 수는 없지만 정말 반백살부터는 그레이 헤어로 살아보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단, '멋지게 그레이 헤어'이고 싶데.. 그러려면 그만한 당당함과 아우라가 있어야 할 것 같다. 나이 듦을 받아들이되 건강한 몸과 마음을 품을 수 있게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그레이 헤어로 멋있게 스타일링하는 법에 대한 책에서는 말한다. 멋있는 그레이 헤어로 자리잡기까지의 과정이 제일 힘들다고, 아래 부분의 검은 머리와 윗부분의 흰머리가 공존하는 시기는 생각보다 길어서 1년은 참아내야 하는데 그 시기에 참지 못하고 다시 염색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 시기 동안 모자나 두건 등을 많이 활용하면 좋다고 하고, 그레이 헤어를 한다면 깨끗한 피부톤을 유지하고 화장을 잘해주면 스타일이 살 수 있다는 그런 내용들이 생각난다. 선명한 컬러의 립스틱은 필수라고  한다. 나를 관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스타일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반백살은 사실 금방 다가올 것 같다. 반백살이 왔을 때 자신 있게 도전할 수 있게 몇 년간 당당함과 아우라를 키워야겠구나 다짐한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반백살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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