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내가 집요하게 투덜거렸다며, “이제 됐냐?” 하는 것이다. 자전거 후미등을 사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자전거를 타면 탈수록 서비스로 받았던 전조등과 후미등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있었다. 자전거 마니아인 지인이 "여러 가지를 다 받는 대신 좋은 제품으로 한 가지만 받겠다고 하세요!"라고 하셨었는데, 자전거를 찾으러 갔을 때는 조율하거나 선택할 틈도 없이 모두 장착을 해놓은 상태였고, 외관상 나쁘지 않아서 기분 좋게 받아왔었다.
자전거의 등은 앞뒤를 밝혀 준다기보다는 ‘내가 여기 있으니 조심하세요’라고 표시해주는 기능이 주다. 야간에 주로 타러 가는 한강 자전거길에는 대부분 가로등이 있기는 하지만 곳곳에 어두운 길도 있다. 야간 라이딩 시 불이 없는 자전거는 자전거족들에게는 기본이 없는, 매너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고, 무엇보다 안전을 위해서 자전거의 등은 필수 액서사리이다. 서비스로 받아왔던 전조등과 후미 등은 사용 가능시간이 짧아서 한번 라이딩 후 충전을 하지 않으면 다음번 라이딩을 하는 중간에 꼭 불이 꺼지는 것이다. 라이딩을 하는 도중 불이 꺼질까 봐 불안 불안해서 나도 모르게 투덜투덜거리고 그 투덜거림이 꽤 지속되었었나 보다. 새로 산 제품은 충전 후 20시간까지도 사용 가능한 사양이다. 이제 달리다가 불이 꺼질 염려는 안 해도 되고, 모양도 예뻐서 정말 '이제 됐다!'싶은 마음이 들었다. 반짝이는 보석 액세서리 욕심이 아닌 것을 남편은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다. 후미등의 부착 방식 때문이다. 남편의 자전거에 달린 후미등은 내 것과 같은 제품이지만, 자전거 자체에 부속품 한 가지를 더 결합하면 아주 깔끔하게 장착이 될 수 있었다. 내 자전거는 다른 브랜드사에서 제작된 것이어서 그런 부속품을 장착할 수 있는 디테일한 구조가 없다. 그래서 밴드 타입으로 설치를 할 수밖에 없는데, 밴드 타입은 아무래도 끼워지는 구조가 그대로 노출이 되어 깔끔하지 못한 것이다.
안장 뒷꽁무늬에 깔끔하게 달린 후미등(뒤)과 밴드형으로된 후미등(앞)
전조등도 마찬가지로 밴드 타입으로만 설치가 가능하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욕심이 생긴다. 핸들 부분에서 빠져나와 있는 여러 가닥의 선들이 전조등을 설치하는 밴드와 얽히게 되는 것이 영 보기가 싫은 것이다. 이 선들은 브레이크와 기어를 작동하는 부품과 연결된 선인데, 선이 다 숨겨지고 깔끔하게 등만 달면 좋겠다며 또 투덜거리고 있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었을 테니까, 나중에 알고 보니 이미 고급 자전거에서는 이런 선처리 디테일이 적용되어 있었다. 그런 자전거는 어마 무시하게 비싸다.
새삼스레 자전거 디자인과 설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자전거를 살 때 프레임의 재질이나 구동계의 종류나 이런 것들은 사실 타보지 않고는 잘 모르는 것이고, 남편이 알려준 사양에서 이 정도면 적당하겠지 하고 그 등급을 정했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내 자전거는 깔끔한 블랙 바탕에 레터링이 다홍빛으로 되어있고, 핸들 끝부분에 레터링과 같은 색의 캡이 포인트가 되는 디자인이다. 보면 볼수록 세련되고 예쁘다고 생각되고, 프레임의 형태도 안장과 핸들로 연결되는 부분이 깔끔한 디테일로 되어 있어서 맘에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벼워서 달릴 때 경쾌함이 이런 것이구나 알 수 있게 해 준 자전거, 첫 로드 자전거로써는 과분하고 만족스러운 자전거이다. 몇 가지 만족스럽지 못한 디테일은 돈을 한참 더 주고 사양이 높은 자전거를 사야만 해결 가능한 것이고, 불만을 가져봐야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어서, '이 정도면 훌륭해!'하고 스스로인정해준다.
이전에 타던 진주홍빛 미니벨로도 10년 넘게 참 잘 달려주었었다. 체인의 찌든 때도 잘 닦아주고 기름칠도 잘해주고 애지중지 소중하게 다루면서, 이번 자전거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하루빨리 날씨가 풀려 부부가 함께하는 자전거 기행을 재개할 날을 고대하고 있다. 마니아 분들은 추운 날씨에는 산악자전거를 탄다고 하던데, 거기까지는 아직 도전해볼 용기가 안 난다. 더 즐거운 라이딩을 기약하며 겨울 동안 계단 오르기와 플랭크로 몸을 단련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