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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네스장 Mar 22. 2022

취향을 담은 리추얼

취향 매거진 3월호

나는 어떤 것에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어떤 것이 나의 취향일까?

생각보다 질문에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다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내가 입고 있는 잠옷의 색상이나, 내가 지금 앉아 있는 이 의자의 디자인에서 부터 매일 양치 할때 쓰는 칫솔과 컵과 같은 생필품까지도 내가 선택하여 내 삶에 들인 것이다.

선택할 겨를도 없이 내 삶에 들어와버린, 남편이 결혼전부터 쓰던 체리색 책상이나 아이가 초등학교때 선물로 받아온 엥그리버드 학용품 같은 것들을 제외한 내주변의 많은 것들에 나의 취향이 담겨있다. 물론 내가 선택했지만 정말 내 취향이 아닌 실패작도 있지만 말이다.


그 많은 것들 중에서 지금 ‘이건 딱 내 취향이야’라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취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시기에 따라 좋아하는 농도도 달라진다. 어떨때는 미친듯이 좋았다가 시들해지기도  하는 변덕스러움이 있다.

그런 변덕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패턴으로 내 일상에 자리잡은 시간, ‘리추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시간을 들여다 보니, 특히나 딱 내 취향인 것들로 꽉 채워져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발견한 취향이 가득담긴 리추얼에 이름을 지어주었다.


<캄모닝 리추얼>

아무도 깨지 않은 깜깜한 거실로 나와 물을 한잔 마시고 아이가 잠들어있는 방으로 간다.

아이방 데스크 스탠드 불을 약하게 켜고 이어폰을 연결한 후 패드에서 영상을 찾아 플레이 한다.

동기부여 모닝콜 영상을 보며 노트에 필사를 한 후, ‘자아의 신화’ 노트에 꿈을 적으며 정신을 깨운다.

스트레칭 영상을 따라하며 밤사이 굳어진 몸을 깨운 후, 호흡 명상으로 숨을 크게 고르며 폐도 활짝 열어준다.

아이방에서 나와 남편이 깨서 씻으러간 사이 비어있는 침대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블라인드를 열어 방을 밝힌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며 경직되어 있던 몸을 깨운다.

캄모닝 리추얼로 하루의 시작을 준비한다.


나의 취향이 담긴 것들: 20절 사이즈 노트들(꿈노트, 모닝콜 확언 노트, 블럭식스 등 각각의 제목을 붙인 노트들), 제트스트림 퓨어몰트멀티펜, 다노티비 눈뜨스 스트레칭 영상, 에일린 마인드 요가 호흡명상 영상, 보들보들한 모달이불, 암막커튼 대신 우드 블라인드, 액체 샴푸 대신 고체샴푸, 바디로션 대신 바디오일



<힐링 나이트 리추얼>

오렌지색 철재 케이스의 커버를 밀어 열면 상큼한 과일향이 콧속으로 퍼진다.

은은한 조명을 켜둔 거실 테이블 위에 인센스가 타면서 흘러나오는 연기가 물결처럼 공기중으로 퍼져나간다. 헤드셋을 통해 나오는 피아노와 통기타 선율 위로 차분한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살포시 감아본다.

곤두서있던 신경이 느슨해지는지 찌푸려졌던 미간에 힘이 스르르 풀리는 느낌이 든다.

힐링 나이트 리추얼로 낮동안의 스트레스를 풀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5,6블럭을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


나의 취향이 담긴 것들: 과일향의 인센스, 천정을 비추는 플로어 램프, 편안한 어쿠스틱 음악, 헤드셋



<위켄드 커피 리추얼>

종이 필터를 낀 묵직한 세라믹 드리퍼를 서버 위에 조심히 안착시키고 적당히 갈려진 원두를 부을때 나는 커피향을 느낀다. 주둥이가 긴 황동색 드립포트로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물을 휘휘 돌리며 원두를 적신다.  

조르르르 서버에 커피가 내려지는 소리를 들으며  커피향이 퍼지면 정신도 더 깨어나는 것 같다. 주말 아침 식사 후에는 핸드드립 커피를 내린다.

시간이 걸려도 이렇게 원두를 갈고, 필터를 젹셔내고, 뜸을 들이고,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리는 커피타임 리추얼을 즐긴다.



나의 취향이 담긴 것들: 묵직한 세라믹 드리퍼, 보온이 되는 블랙 서버, 황동 드립포트, 핸드드립 커피, 때론 비알레띠 모카포트








MZ세대들의 트랜드 중의 하나로 설명되는 ‘리추얼 라이프’는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 ‘의례’의 뜻인 ‘리추얼’과 일상을 뜻하는 ‘라이프’가 합쳐진 말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규칙적인 습관을 의미한다.

 

우리의 1블럭과 6블럭을 채우는 모닝 루틴, 나잇 루틴은 그 자체로 리추얼이 될수도 있다.

책 ‘리추얼’의 저자 메이슨 리는 리추얼을 ‘세상의 방해로 부터 나를 지키는 혼자만의 의식’이라고도 말한다.

세상의 방해로 부터 나를 지키는 혼자만의 의식을 내 취향으로 채워보면 어떨까? 그 시간은 더욱 특별해지고 일상에 활력이 더해질 것이다.


여러분은 어떤 리추얼을 가지고 있나요? 리추얼을 더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취향매거진 3월호에 포함된 글입니다.

#글속에서 언급되는 블럭개념의 시간관리법은 정지하 작가의 '시간을 선택하는 기술, 블럭식스'를 읽어봐주세요.

#취향매거진은 타임블럭크루(타블크)이 함께 글을쓰고 구독  매거진 형식으로 매달 발행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은 아래 인스타링크타고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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