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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네스장 Apr 24. 2022

설레는 계절에

설렘이 있는 일

나뭇가지에 봉오리가 맺히고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한 것을 본지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목련은 활짝 피었고, 벚꽃도 피기 시작했다.

이번 주말이면 아파트 단지에 만개한 벚꽃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봄이 왔다.

개나리, 목련, 벚꽃은 화려하게 봄을 알린다면 수양버들은 조용히 계절의 변화를 알린다.

연둣빛 잎을 단 수양버들이 하늘거리기 시작할 때는 봄이 느껴지고,

짙은 녹빛으로 변해 묵직한 수양버들이 늘어져있으면 어느덧 더위가 성큼 다가온 것을 느낄 수 있다.

매해 반복되는 것을 알지만 늘 새싹이 돋아나는 이 시기는 새롭고 설렘을 준다.




회사일이 이 봄처럼 설렌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설계, 발주, 공사, 세팅의 프로세스가 매번 반복됨에도 새로운 공간을 위한 새로운 디자인이 나오고, 새로운 가구를 만드는 일은 지루할 틈이 없다.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해봤지만 한 번도 같은 가구를 만든 적이 없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탑뷰, 프런트 뷰, 사이드뷰, 섹션 뷰로 그려진 가구 설계 도면을 보면서부터 많은 것을 생각한다.

형태감은 잘 살았는지, 구조는 문제가 없을지, 사이즈는 적당한지, 문제가 될만한 디테일은 없을지 확인해가며 도면을 검토한다. 마감 보드에 붙은 마감재를 하나씩 도면과 비교해보며 실제로 가구가 만들어졌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우드와 금속과의 조합, 패브릭과 우드와의 조합, 대리석과 우드, 금속과의 조합 등등 각기 다른 마감재의 조합으로 만들어질 가구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다. 도면으로만 봤을 때보다는 좀 더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조합된 가구가 공간에 놓였을 때를 상상하며 공간에 잘 어울릴지 가늠해보며 설계를 마무리하게 된다.


벚꽃이 만개한 여의도를 지나 김포로 가구 검수를 다녀왔다. 몇 주 후에 세팅 일정이 잡힌 가구 제작이 완료되기 전에 샘플 가구를 보고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도면으로 보고,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가구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는 것은 설레면서도 불안하다. 내가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어서 혹시라도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눈으로 직접 보고 만져보고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 불안함이 가시지 않는다. 다행히도 수정된 샘플은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져 있었다. 몇 가지 더 개선되면 좋을 것들을 협의하고 잘 마무리해주십사 부탁하며 돌아오는 내내 현장에 놓였을 때 괜찮을지, 크지는 않을지.... 색상이 너무 튀어 보이지는 않을지… 세팅해보기 전에는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들을 혼자 하고 있었다. 자신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더 좋게 보였으면 하는 욕심일까, 아니 애착일까?


이삿날 새로 산 가구가 들어올 때의 설렘처럼, 준공청소가 완료된 현장에 새로 만든 가구를 세팅하는 순간은 늘 기다려진다.  직접 보고 확인하고 싶어서 빨리 세팅해달라고 재촉한 적도 있다. 이번 달에는 몇 년간 진행하던 두 프로젝트가 마무리된다. 완성된 가구를 세팅하는 일이 있는...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이 되어 완료되는 설렘이 있는 4월이다.  

물론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발견될 수도 있지만, 이제는 그 시기가 빠를수록 좋다는 것을 알기에 당황하지 않는다. 해결방안을 찾고 하나씩 정리해가면 되는 것일 테니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몽우리만 맺혀있던 벚꽃이… 글을 마무리하려 하는 지금은 벌써 꽃비가 내리고 연둣빛 잎이 풍성해졌다.

꽃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탔던 설렘을 간직하면서 내일의 설렘을 기약해본다.


어떤 설레는 일이 있으셨나요? 사소한 것이라도 일상에 설렘을 찾아보는 것 자체로 즐거워집니다.


#취향매거진 4월호에 포함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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