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자마자 그녀는 내 자리로 오더니,
전에 사뒀는데 못줬다며... 선물을 건네주었다.
원목 스푼이 앙증맞게 달려있는 유리병에 연핑크빛 솔트가 담겨있는 것이 꼭 그녀 같이 예뻤다.
병뚜껑 위에는 나의 정. 지(정신적 지주), 장 언니에게 라고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그녀야 말로 척박한 회사생활에서 나에게 버팀목 같은 존재인데, 그렇게 표현해주다니... 내가 그렇게 불릴 자격이 있나? 싶어 머쓱하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예쁘고, 센스 있고, 긍정적인 데다, 사려 깊고, 무엇보다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어서 참 배울 것이 많다. 그런 그녀가 나의 입사 동기가 되어, 서로 의지하며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그녀가 준 연핑크빛 바스솔트를 욕조에 풀고, 나만의 휴식 시간을 즐기는 상상을 하니 금방 힐링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오늘 '월간 호텔' 첫 모임을 가졌다.
마음 맞는 세명이 모여 한 달에 한번 신규 오픈한 호텔이나 핫한 공간 벤치마킹을 하기로 한 것이다.
호텔에서 식사를 하기는 힘들겠지만,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공용공간이라도 돌아보고, 차 한잔은 마실수 있지 않겠냐고.... 서로의 경제사정을 챙기며 합의하였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이렇게 한 달에 한번 새로운 공간을 보고 서로의 관점도 나누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일에 대한 열정도 있고, 서로 위해주고 배려해주는 마음도 있는 동료들이 있음에 든든하다.
우리는 오늘 마음껏 떠들고 웃었다.
이제 나가라고 할 때까지 우리의 수다는 끝날 줄 몰랐다.
제한시간이 없으면 밤새도록 떠들었을 것이다.
남편은 밥만 먹고 온다더니 늦었다며 잔소리를 한다.
다음부터는 그냥 늦을 거라고... 기다리지 말라고 할 작정이다.
한 달에 한번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성장을 위해 투자하고 경험을 만들기로 했다. 문득 정신적 지주가 되어줄 수 있는 관계란, 그렇게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서로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주고 걱정해주고 또 공감해줄 수 있으면 되는 것이지 않을까?
확실한 해결책을 내어주지 않아도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도 그녀가 정. 지라고... 말해주질 못했다. 표현을 잘하는 그녀한테 배운 데로 나도 용기를 내어 표현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