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가 뭘 살릴 수 있을까?
인테리어 공사에서 벽체 마감재가 다 붙어 갈 때쯤이면, 나오는 말이 있다.
'가구가 살려줄 거야!!'
바닥, 벽, 천정 마감이 다 끝났지만 가구가 없는 공간은 허전하기도 하고, 디자인이 잘 나온 건지 아닌 건지 판단이 잘 되지 않을 때, 항상 듣는 말이다.
'가구가 살려줘야 해!'
공간의 디자인이 심플할 때는 더욱이나 더 가구에 의해 분위기나 완성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가구가 들어오면 더 괜찮겠지? 괜찮아지겠지? 조명 세팅하고 아트웍도 걸면 괜찮아 보이겠지? 하며 가구 세팅이 빨리 되기를 기다리게 된다.
나조차도 공사가 끝난 또는 공사가 끝나가는... 공간에서, 이거 과연 '가구가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지만, 러그를 깔고, 가구의 위치를 잡고, 장식 조명과 쿠션까지 세팅하고 나면 확실히 공간이 완성됨을 느낄 수 있다. 완성됨과 동시에 이때부터는 부족한 부분이나 어색한 부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가구가 작다느니, 크다느니, 샹들리에가 크다느니 너무 낮게 달렸다느니, 거울이 고급스럽지 못하다느니 등등의 크고 작은 이슈들이 언급되기 시작한다.
'역시 가구가 들어와야 해!' 할 때는 언제이고, 평가가 가능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는 좀 허전한 것 같은데 쿠션 추가를 검토해보세요.
고객분들이 등받이 쿠션을 찾으시는데 추가 가능할까요?
원단이 노후화돼서 천갈이를 해야 하는데 어떤 원단으로 교체하면 될까요?
좌석이 부족해서 테이블 하고 의자를 추가로 놓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고객 웨이팅 시 앉을 수 있는 대기 의자가 필요한데, 디자인 검토 부탁드려요.
서비스 스테이션을 추가하고 싶은데 검토해주세요.
고객들에게 노출되지 않게 커튼을 추가하면 어떨까요?
여기는 전체 공사를 하기보다, 가구만 전체 교체하는 소프트리 노베이션으로 검토해보면 좋겠어요.
등등등.... 호텔 소속 가구 담당자로서 받고 있는 검토 요청의 건들이다.
신축 호텔 또는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들 이외에도, 이미 오픈해서 운영 중인 체인호텔에서의 이러한 요청은 구체적이면서도 사연이 있어서 각 담당자들은 빠른 검토 요청을 해온다. 대부분 운영하면서 고객의 요청이 있었다던지, 서비스를 더 용이하게 잘할 수 있도록 필요한 건들이기에,
'네~ 최대한 빨리 검토해서 연락드릴게요!'라고 말한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각기 다른 건이 모이면 검토할 리스트가 금방 쌓이는 만큼 마음의 짐이 무거워지기 일쑤이다.
이미 잘 알고 있는 현장의 경우는 그나마 처리가 수월하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지방에 있는 체인호텔의 경우에는 가서 바로 확인할 수도 없어서 사진을 보며 유추해가며 현장을 파악해야 할 때도 있다.
서울 내에 있는 체인호텔의 건은 원단을 하나 고르더라도 꼭 현장에 가서 데보고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는데, 지방 체인호텔의 경우에는 직접 가서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지배인님들과 협의를 해서 실마리를 잡고 풀어가게 되는데, 세팅 후 지배인님들의 만족도로 결과를 판단하게 된다. 무소식이면 희소식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별 탈이 없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공간에서 가구는 사람이 직접 피부로 체감하게 되는 아이템으로 기능성을 충족해야 하고 또 심미적으로도 만족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보기에도 좋고 사용성도 좋아야 하는 가구는 대부분 설계 그대로 세팅을 하지만, 현장에서 조금씩 각도를 튼다던지 배열을 조정한다던지 하는 묘미를 가함으로써 공간의 느낌을 더 살리기도 한다.
가구 세팅의 마지막은 가구용 쿠션의 세팅이다. 가구의 위치가 제대로 잡히고 쿠션 세팅이 완료되어야만 가구 세팅이 끝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운반하면서 눌려서 꺼져있는 속통을 두드려 볼륨감을 살려준 후, 각기 다른 원단으로 된 쿠션을 이렇게 저렇게 놓아보며 가장 최선의 배치를 찾아본다. 쿠션이 여러 개 일 때, 각기 다른 원단으로 된 쿠션을 어떤 조합으로 어떤 순서로 놓는지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조합을 확정하면 사진을 찍고 담당 매니저님께 공지를 해준다.
'꼭! 이대로 놓아주세요!!'
사실 관리하시는 분들은 쿠션이 많은 것을 싫어하신다. 관리할 아이템이 한 가지 더 늘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파나 의자에 쿠션이 없거나 부족하면 허전하다고 느껴지고, 무엇보다 쿠션이 있으면 앉았을 때 훨씬 편하다. 없으면 없는 데로 크게 문제 되지 않지만, 쿠션은 디자인적 포인트가 되는 아이템이어서 전체 공간 디자인에 뭔가 모를 아쉬움이 남을 때면 쉽게 언급 된다. 그래서 어느 프로젝트이던 쿠션 추가 검토는 오픈 후에 빠지지 않는 항목이 되곤 한다. 넓은 면적에 쓰기 힘든 강한 색감이나 패턴이지만 쿠션에 적용하여 디자인적으로 화룡점정을 찍어 주는 의미가 있는 쿠션은, 그래서 쿠션이 뭐라고?? 그게 뭐라고?? 꼭 이렇게 까지 해야 해?? 하며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솜털과 깃털이 50대 50의 비율로 섞인 품질 좋은 거위털 속통은, 한두 번 팡팡 두드려주면 털이 살아나 자연스럽게 빵빵해진다. 기대앉으면 부드럽게 바람이 빠지며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 부드러운 감촉의 실크 같은 원단일 수도 있고 패턴이나 조직감이 예쁜 원단일 수도 있고, 테두리를 예쁜 컬러로 매치하여 파이핑을 두를 수도 있고,
그렇게 쿠션의 디테일에 진심을 쏟는다.
섬세하게 박음질된 빵빵한 쿠션을 살포시 놓으며, '쿠션이 살려줬네!!' 하며 세팅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