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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네스장 Dec 18. 2023

호텔 가구는 어디서 살 수 있나요?

주문 제작 가구의 설계와 제작

호텔의 가구는 어떤 과정을 거쳐 그 공간에 놓이게 되었을지 궁금해해 본 적이 있을까?


종종 체인호텔의 지배인님들께 다급하게 연락을 받는다.

고객님이 궁금해하시는데...

저희 업장 앞 대기석에 있는 가구 상품명과 구매처를 알 수 있을까요?

저희 복도에 걸린 아트웍을 어디서 구매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저희 객실 테이블의 대리석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 등등...

방문해 주신 고객들의 문의에 바로 응대를 해드려야 하기에 항상 다급하게 연락을 주시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확한 정보를 드리기 위해 발주 내용을 찾아 확인을 하고 회신을 드린다.  


FF&E refers to movable furniture, fixtures, or other equipment that have no permanent connection to the structure of a building


건물 구조에 영구적으로 고정되지 않은 이동가구(movable furniture)는 호텔 전문 용어로 FF&E라고 한다.대규모 체인 호텔을 보유한 글로벌 호텔 브랜드들의 경우에는 FF&E 구매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있고, 가구 아이템 각각에 자산코드를 부여하고 구매 프로세스에 따른 입찰을 통해 결정된 발주 금액을 자산으로 잡는다.

 하얏트(Hyatt), 힐튼(Hilton), 메리어트(Marriot), 인터콘티넨탈(IHG) 등, 우리에게 익숙한 호텔의 이름은 대부분 미국계 글로벌 체인호텔이다. 한 호텔에 수많은 서브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각각의 브랜드들은 성급으로, 스타일로, 금액대로 각기 다른 특징으로 세그멘테이션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메리어트에는 Classic Luxury 등급의 The Ritz-Carlton, St. Regis, JW Marriot 브랜드가 있고, Classic Premium 등급에는 Marriot Hotels, Sheraton, Marriott Vacation Club, Delta Hotels 등 등급별로 무수히 많은 브랜드가 있다.
국내 체인 호텔로는 롯데, 신라, 조선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호텔도 최상급 브랜드인 시그니엘, 5성급인 롯데 호텔& 리조트,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L7 호텔, 4성급 롯데 시티 호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인테리어업을 잘 아는 분들이 아니라면, 아마도 일반 가정집이나 상업공간처럼 인터넷이나 가구 매장에서 선택하여 가구를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 추측했을 것이다. 그런데 호텔의 가구는 대부분 주문제작으로 만들어진다. 인테리어 디자인과 용도에 딱 맞게 주문제작을 하기 위하여 가구 전문 설계를 진행한다. 따라서 가구 설계사를 별도로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일이 시작되는데, 보통 5성급 이상의 호텔의 설계는 해외 대형 설계사에 인테리어 디자인부터 FF&E까지 업무 영역을 포함하여 설계를 의뢰한다.


호스피탈리티의 기원이 아무래도 서구권에서부터 발달하였기에, 호텔 설계 경험이 많은 설계사가 서구권 회사들이고, 호텔 브랜드를 체인화하여 상업적으로 발달시킨 미국에 호텔 전문 설계사들이 많다. 이런 전문 설계사들이 유럽이나 아시아에 지사를 두고 있는데, 국내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지사에서 일을 진행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시차도 적고, 거리가 가까워서 커뮤니케이션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호텔 브랜드가 세분화되고 다양화됨에 따라 해외 대형 설계사에 국한하지 않고, 호텔 브랜드별 특성에 맞는 설계사를 찾으려 하는 추세이다. 국내 설계사들도 호텔 설계 경험이 쌓여서 전문 설계사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I'am the person who in charge of FF&E.


대부분 해외의 전문 설계사에는 FF&E 담당자가 별도로 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던 국내의 대형 설계사에 가구 사업부가 있었고 디자이너로서 가구 설계를 직접 했었다. 5년 동안 호텔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대형 오피스, 골프클럽, 명품 샵 등 다양한 인테리어 프로젝트의 가구를 설계하면서 실무를 찐하게 배웠다. 일은 많고 시간은 없고, 그래서 야근은 밥먹듯이 하고 밤샘도 많았다. 20대 때 그렇게 많은 일을 쳐낸 것은 지금생각해 보면 내게 큰 자산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몸담았었던 설계사의 가구사업부 자체가 없어졌다고 한다. 또한 다른 대형 설계사들의 경우에도 가구설계 전문 부서가 없이 외주를 맞기는 실정이다. 점점 이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찾기가 힘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설계사에서 함께 팀원으로 일하던 후배의 결혼식이 있었다. 그날 오랫동안 연락을 못했던 팀원들을 모두 볼 수 있었는데... 여전히 그 일을 각자의 자리에서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가구계의 어벤저스들'이라고 생각되었다. 육아와 병행하며 일은 놓아버리고 싶어 하는 후배에게 조금만 더 힘내라고, 지금 상황에 맞추어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끈을 놓지는 말라고 진심을 전했다.


그렇다면 호텔의 가구의 설계는 어떻게 진행될까? 프로세스상으로 인테리어 설계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난 후에 가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된다. 그 공간이 어떤 목적과 용도로,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에 따라 그에 적합한 배치와 용도에 맞는 가구 아이템을 선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구 설계는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1. 운영안에 따른 가구 배치 및 용도 결정

2. 인테리어 콘셉트 무드에 맞는 가구의 톤 앤 매너, 형태감 선택

3. 아이템별 세부 형태, 사이즈 및 마감재 결정

4. 아이템별 도면 및 사양서 작성

5. 제작 예가 산출 및 투자비 검토에 따른 VE(Value Engineering)


이러한 프로세스는 사실 가정집이든 상업공간을 위한 가구를 고를 때도 고려할 수 있는 공통사항이다. 기성품 가구를 산다면 4번 단계가 생략되고 5번의 제작 예산이 아니라 구매 예가의 총합을 검토할 수 있다. 계획된 예산에서 초과된다면 더 저렴한 가구 중에서 적합한 상품으로 재검토를 하면 된다.


가구 설계 전에 선행되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은 운영안의 결정이다. 운영안이 바뀌면 가구 또한 그 용도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라운지 용도로 설계된 프라이빗 룸을 다이닝을 위주로 서비스를 하는 용도로 바꾸기 위해서는 소파와 티 테이블로 구성했었던 가구를 다이닝 테이블과 의자로 교체를 해야 하는 것이다. 운영을 하다 보면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 또는 고객들의 피드백 등을 기반으로 기존안과는 달리 용도를 변경하고자 하는 건의 검토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운영안 변경에 따른 가구 교체


운영안이 확정되었다면,  용도에 맞는 가구 아이템을 동선에 맞게 배치하는 일이 설계의 시작이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정확한 사이즈의 가구를 적용하는 것이다. 동선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큰 침대를 적용한다던지... 공간이 협소해서 테이블을 작게 적용한다던지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구 배치도를 보면서 공간감을 상상하면서 세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전에 체크되어야 한다.  


검토 중인 가구 배치도


가구라는 아이템의 특성상 사람이 쓰면서 직접적으로 몸으로 느끼게 되기 때문에, 우선 시각적으로 안정감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인체공학적으로 불편하지 않게, 더 나아가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도록 하는 디테일한 설계가 필요하다. 호텔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가 10년 이상 하자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내구성과 안전성이 확보될 수 있는 설계를 해야 한다. 가정용 가구에 비해서 투박한 느낌이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의 많은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텔의 가구는 매우 무겁기도 하다. 설계에서 가장 주안으로 두는 것이 고객의 안전이고, 안전 다음이 기능, 기능 다음이 디자인이라는 선배님의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


이번 글에서는 호텔의 가구 설계에 대해서 조금은 이론적으로 설명을 하고자 했다. 프로세스가 머리속에 그려진다면 다음으로 이야기할 에피소드들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설계를 하면서 고려하지 않아서 문제가 되었거나 또는 개선이 더 필요한 부분들을 해결해나가는 것에 대한 에피소드, ' 앗, 나의 실수'의 스토리를 통해 더욱 실질적으로 호텔 가구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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