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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네스장 Jan 15. 2024

테이블이 흔들린다고요?  

Episode of Table 1

이 글에서 책임은 호텔 인테리어팀의 가구 담당자로 고객 공간에 필요한 가구의 디자인부터 제작을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호텔 업장에 가구가 세팅되고 나면 그때부터는 지배인님들이 새가구의 관리자가 됩니다. 세팅 후에 연락이 없어야 별 탈이 없는 것인데, 각 종 이슈들로 연락이 옵니다. 10년 동안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쌓였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해? 하며 일했던 부분이 그렇게 해왔기에  할 수 있는 나만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모쪼록 이 글이 가구를 보는 시야를 넓혀주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ITEM: DINING TABLE(SQUARE) @ LOUNGE


카톡 카톡!

공간 오픈 준비를 위한 단체 카톡방 알림이 울렸다.

"책임님~ 테이블이 흔들립니다!!!!"라는 메시지가 동영상과 함께 올라와 있었다.

영상에는 지배인님들이 사각 다이닝 테이블 모서리를 잡고 흔드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마지막 검수 때 분명히 공장에서 확인했는데… 혹시 몰라 베이스에 금속 무게를 보강했기에 남자 둘이 들어도 무게가 상당했었다. 그런데 무슨 오뚝이도 아니고 기우뚱거리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보완 방법을 찾아볼게요~"라고 답하고 공장의 담당 실장님에게 영상을 전달하고 전화를 했다.

"실장님! 영상 보셨죠? 결국 베이스에 플레이트를 추가해야 할 것 같은데... 현장에서 작업이 가능한 방법이 있을까요? 제주도여서... 공장(김포소재)에 가져와서 작업하면 시간도 그렇고 비용이 너무 많이 나올것 같은데... "


비용도 문제지만 업장 오픈일이 코앞인데, 아무리 빨리해도 오픈전까지는 일정을 맞추기 힘들 것 같았다. 플레이트의 두께, 형태와 디테일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용접이 가능한 방법까지 고안이 되어야만 제작을 진행 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은 어디로?

SIZE: 800x800x650

MATERIAL : WOOD VENEER(TOP), METAL(BASE)











이제야 흔들리지 않는 시몬스 같네

결국 금속 베이스를 추가로 만들고 현장에서 용접하는 방법을 찾았고, 야간작업으로 보완을 완료 했다.

무거운 테이블이 그렇게 쉽게 흔들렸던 것은 바닥 마감이 카펫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기둥 디자인을 고수했기 때문이었다. 단단한 공장 바닥에서 샘플 테스트를 하면서 카펫 위에서의 컨디션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베이스가 추가된 만큼 테이블은 더 무거워졌고 지배인님들은 곤혹스러워하시지만, 이제 흔들리지 않는 매트리스에 누운 듯 마음은 편안하다.





ITEM: SIDE TABLE(ROUND) @ LOBBY WAITING AREA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입 가구를 세팅하는 날이었다.

제작했던 가구들은 이미 세팅이 되어 있었고, 코로나로 선박 일정이 계속 밀리고, 통관일정도 예상보다 오래 걸려 늦게 도착한 가구들이었다. 마지막으로 대리석 베이스의 작고 예쁜 원형 사이드 테이블을 러그 위에 올려 자리를 잡았다. 조금 위치를 옮기려고 해도 무거워서 혼자 들지 못했기에, 기울여 굴려서 세팅을 해야 했다. 그렇게 고심해서 배치를 완료한 사진을 팀장님께 보내드리고 세팅이 완료되었음을 보고한 후, 후련한 마음으로 퇴근을 했다.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프런트 지배인님의 전화를 받았다.

”책임님 ~ 사이드 테이블은 위험해서 일단 창고로 다 뺐습니다.!! “

“네에???? 위험하다고요??? “

“네~아이들이 지나다니다가 치면 쓰러트릴 것 같이 불안해서요.”


가구 쇼룸의 디스플레이도 카펫 위에 되어 있었고, 흔들림을 확인했을 때 꽤나 무거워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었다.


"에효~ 이따가 제가 가서 확인해 볼게요~" 하고 전화를 끊었다.

예쁜데 위험하데!

SIZE: DIA 330x500

MATERIAL : METAL(TOP), MARBLE(BASE)












위험하지 않으면 된 건가?

상판도 작고 대리석 베이스로 묵직해서 이만하면 안정적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지배인님들 눈에는 여전히 불안했던 것이다. 식사를 하는 공간은 아니지만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들이 많은 체인호텔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사전에 위험을 차단 할 수 있게 보완을 하기로 했다. 결국 상판의 금속과 최대한 같은 색과 결의 금속 발색 마감으로 플레이트를 만들어 붙였는데, 비례감이 예쁜 디자인이 깨져서 개인적으로는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호텔에서는 고객의 안전이 디자인보다 우선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려고 노력하지만, 볼 때마다 마음에 걸린다. 이렇게 까지 하는게 맞겠지?? 맞나?? 여전히 아쉽다.



*호텔 가구가 공간에 놓여 쓰일 수 있게 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연재 중입니다.

*해당 글에 들어간 모든 사진은 직접 촬영한 것으로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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