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만 좇던 마케터가 브랜딩 공부를 시작한 이유
저는 브랜딩을 믿지 않았습니다. 콕 집어서 '브랜딩'이라기보다는 결과를 숫자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만을 믿었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아요. 심리와 느낌에 의해 결정되어 제대로 결과를 측정할 수 없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죠. 특히나 그동안 저의 소비는 브랜드보다는 항상 가성비에 의해 결정되었기 때문에 더욱 브랜딩이 멀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합니다. 간혹 눈에 띄는 브랜드를 보면 '와, 느낌 좋네! 근데 비싸겠다.' 정도의 생각이 든 게 전부였죠.
그런데 유럽에 살면서 브랜딩의 힘을 느끼고, 푹 빠지게 되었어요.
저는 카페에 가는 것을 좋아해서 퇴근하고 일주일에 3번 이상 카페에 가서 글을 쓰거나 개인 업무를 하곤 하는데요. 마드리드는 카페 프랜차이즈가 한국처럼 많이 발달하지 않았다 보니 매일 새로운 카페에 가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인지합니다. 어떤 카페는 2번 혹은 그 이상 가는데, 어떤 카페는 굳이 2번은 방문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일을 하기 좋은 카페인지와 동시에 공간이 현대적으로(제가 좋아하는 느낌) 잘 꾸며졌는지에 따라 재방문 여부가 결정되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브랜딩 중에서도 특히 '공간 브랜딩'의 효과를 정말 많이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새로운 소비 욕구와 동시에 취향을 발견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브랜딩에 대해 생각해 보니까 제가 외면했던 '느낌'이라는 감정이 오히려 광고 문구나 검색 랭킹보다 더 소비 결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를 들어 해외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유심을 구매해야 할 때, 후기나 상위 랭킹을 확인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사이트를 보고 신뢰를 얻어 구매를 결정하시는 분도 계신 것처럼요.
이렇게 브랜드에서 주는 '느낌'이 소비자 본인이 추구하는 '느낌'과 겹쳤을 때, 구매 전환에 무엇보다도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죠. 그래서 저는 공간을 비롯하여 여러 요소에 의해 사람들에게 느낌을 주는 '브랜딩'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투썸플레이스'입니다. 스타벅스와는 달리 편안한 느낌을 주는 가구와 환한 주백색과 주광색 사이의 조명, 그리고 넓은 공간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어디인가요? 그리고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여러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와 맞아떨어지나요? 혹시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지만,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연결 지어보진 않으셨다면 이번 기회에 그 부분을 생각해 보고 나의 취향을 발견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