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준비와 타이밍 그리고 운
나의 브런치 글을 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스페인에서 지내는 기간 동안 생전 관심도 없던 브랜딩에 관심이 생겼다.
브랜딩을 믿지 않던 내가 브랜딩에 푹 빠지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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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부터 약 3개월 동안 브랜딩 공부와 연구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다. 시중에 나온 브랜딩 도서들을 주로 읽었고, 여행 중에도 브랜딩의 관점으로 주변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카페의 인테리어부터 서점의 책 배치까지, 일상 속에서 계속해서 브랜딩 인사이트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과정 중에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되었다.
나는 지난 1년 동안 B2B 기업에서 콘텐츠 마케터로 근무하면서, 콘텐츠 제작부터 성과 분석, 전략 개선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했다. 작지 않은 규모였지만 스타트업이었고, B2B 시장에서는 마케팅이 주요 직무가 아니다 보니 주니어임에도 이 모든 과정을 혼자 설계하고 실행해 왔다.
스페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귀국했을 때, 회사에서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우리 회사 브랜딩을 해볼 생각 없어요? 지금이 브랜딩을 시작할 타이밍인 것 같은데, 지난 1년 동안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하고 단기간에 빠른 성과를 낸 모습이 인상적이었거든요.
브랜딩 경험은 없었지만, 0에서 시작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에 익숙했기에 이 제안을 받았을 때 걱정보다는 기대가 앞섰다. 결국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사실 다른 조건 보다도 내가 지금까지 남들과 좀 다르게 살아왔다고 생각해서 스스로도 이 방식에 대해 긴가민가한 적이 많았는데 이런 나의 모습을 알아봐 주시는 것에 정말 많은 감명을 받았던 것 같다. 인플루언서 활동, 콘텐츠 제작, 회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데, 당장의 뚜렷한 목표가 없더라도 내가 재밌게 느끼는 일을 치열하게 파고들다 보면 그 열정을 누군가 알아보고 예상치 못한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단정할 순 없다. 벌써 나부터도 3개월 전에 같은 제안을 받았다면 브랜딩을 전혀 믿지 않았던 나는 아마 거절했을 것이다(ㅋㅋㅋ). 결국 준비와 타이밍, 그리고 운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있다는 거다.
한국에서는 항상 목표 지향적인 삶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끊임없이 다음 단계의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과정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일부 청년들은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내 경험은 조금 달랐다.
"재밌어서" 스페인어를 시작했는데 → 스페인 생활, 스페인어 사업, 사이드잡까지 이어졌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이니까" 마케팅을 직무로 선택했을 뿐인데 → 최연소 팀장이라는 타이틀과 브랜딩이라는 새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대학교에 꼭 갈 거야." 혹은 "이 회사에 꼭 갈 거야." 이렇게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목표로 나를 제한하지 말고 매 순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치열하게 쟁취하는 방식도 뜻밖의 발견과 기회로 이어지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숫자로 증명할 수 없는 '느낌'이라는 감정을 외면했던 내가 브랜딩의 매력에 빠진 것처럼, 때로는 계획에 없던 우회로가 더 넓은 세상으로 연결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