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대형서점으로 보는 공간 설계 인사이트

by 아그네스

뉴욕을 여행하면서 다섯 군데 정도의 서점을 다녀왔다.

그중에서 좀 두드러지는 부분이 많았던 두 서점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1) Strand Bookstore

2) Barnes & Noble


저 두 군데의 서점은 모두 3층 이상의 대형 서점이었기 때문에, 공간을 둘러보면서 디테일을 잡아내는 것이 꽤 재밌었다.

일단 첫 번째 Strand Bookstore의 특징이다.

Strand Bookstore

> Union Square

Strand 서점은 내가 그동안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미국의 느낌이 가장 물씬 나는 곳이었다. 먼지가 정말 많을 것 같은 느낌의 투박한 인테리어와 넓은 지하 포함 3층 건물이었다. 지상 3층도 서점 건물인데 주말에만 오픈하는 Book Room이라 가보진 못했다. 이 서점이 독특했던 점은 Strand 자체 브랜딩에 진심이었다는 것이다. 로고가 아주 크게 박힌 티셔츠, 머그, 가방까지 팬층이 확실한 서점인 것 같았다. "책이 사랑받는 곳"이라는 슬로건부터 시작해서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과 책 사이의 관계를 촘촘하게 설계하여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았다. 나도 서점을 꽤 좋아하는 편인데, Strand 서점에서 특별하다고 느꼈던 포인트가 몇 가지 있었다.


계산대 뒤에 책을 색깔별로 분리해서 시각적인 효과를 주었다. 핸드폰 어플을 색깔별로 구분해서 폴더로 만들 듯이로 괜한 안정감이 들었다.

이건 한국에서도 가끔 본 적이 있었는데, "책과의 블라인드 데이트"라는 이름으로 입구 쪽에 랜덤 도서를 판매하는 섹션이 있었다. 나는 소설을 잘 읽지 않아서 구매하진 않을 것 같았지만, 소설을 많이 읽는 사람 중에서는 저런 콘텐츠를 좋아하는 층도 분명 있을 것 같았다.

입구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고서 느낌이 나는 책장도 있었다. 물론 실제로는 아주 고급스러운 가죽 표지라 오래된 느낌보다는 되게 비쌀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ㅋㅋㅋ). 맨 위층 중간에 "KOREA"라는 제목이 있길래 궁금해서 봤더니,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한 내용이 사진과 글로 담겨있었다. 이 섹션은 지나가던 사람들을 잠깐 멈춰 세울 수도 있을 것 같을 만큼 느낌 있었다.

뉴욕 서점의 국룰인가 싶은 책 추천 코너다. "직원 픽"이라는 섹션인데 책을 진열하고 앞에 그 책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해서 스태프들이 재밌게 읽은 책을 추천해 주는 것이었다. 꼭 책을 사려고 들어오지 않았더라도 "재밌는 요약본+직원 픽"이라는 두 키워드의 시너지로 구매 전환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 부분이었다. 유튜브에서 책 추천 영상 보고 오듯이.


한국 서점에는 '서점 픽'스러운 코너가 있긴 하지만, 줄거리 요약이나 매력적인 후킹 포인트가 없어서 '광고' 혹은 '잘 나가는 제품인가?' 싶은 느낌만 든다. 그러나 이렇게 사소한 디테일만 더하더라도 충분히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서점은 특이하게 책이 도서관식으로 나열되어 있다. 보통 서점은 책의 앞면을 볼 수 있도록 진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야 표지를 보고 사람들이 더 흥미를 느끼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도서관식 나열은 해당 파트에 구체적으로 어떤 도서가 있는지 세부 테마를 쉽게 알기 어려워서 더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옆에서 봐도 세부 테마를 알 수 있도록 곳곳에 태그를 붙여놓았다. 이 부분은 확실히 고객을 생각하는 디테일이 드러나서 인상 깊었다.



두 번째 Barnes&Noble의 특징이다.


Barnes&Noble

> Union Square

Barnes&Noble 서점은 총 지상 4층의 건물이며, 맨해튼에서 제일 큰 서점이자 전국적으로 지점이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이다. (교보문고 같은 느낌) 확실히 그런 만큼 브랜드의 색이 뚜렷하게 드러나기보다는 그냥 취향 없이 누구나 무난하게 방문할 수 있는 느낌이 강했다. 책의 배열이나 섹션도 특별한 점 없이 아주 무난했다.


두 서점을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공간을 설계할 땐 가장 주력하고 있는 핵심 아이템을 가장 안쪽에 배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방문객이 들어와서 주력 아이템이 있는 안쪽까지 가는 동안에 다른 아이템들을 여러 가지 배치한다. 서점의 경우는 주력 아이템이 책이기 때문에 책을 안쪽에 배치하고, 입구나 그 근처에는 문구, 굿즈 등의 아이템이 있다. 일부 서점의 경우 1층에는 문구류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인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도서의 종류와 위치, 차지하고 있는 분량으로 봤을 때 맨해튼에서는 요리 서적이 정말 잘 나가는 것 같았다. 이번에 소개한 대형서점은 물론 감성서점에도 요리 서적이 정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외국 서점에 가면 Language와 Linguistics 코너에 무조건 간다. 그곳에 가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있을 수가 있다. 그런데 Strand 서점과 Barnes&Noble 서점 모두 저 두 주제의 도서가 위치한 섹션이 별로 크지 않아서 정말 아쉬웠다. 이런 부분에서 맨해튼 사람들은 스페인어 공부를 제외하고는 외국어 공부나 언어학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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