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가 무서워
요즘 내 주변에는 조카 붐이 일었다.
하루는 잔뜩 찡그린 채 손발을 오므려 쥔
우는 아가의 모습이 단체 카톡방에 등장했다.
"모래가 무서워서 우는 거야."
예상치 못했던 울음의 이유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세상의 모든 것을 처음 접하는 기분은 과연 어떨까?
대학생 때 이집트에서 온 로즈라는 친구가
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더운 기후에서 살아온 이집트 친구에게 눈이란
외국 영화나 책에서만 등장하는 마법 같은
자연현상이었을 것이다.
겨울도, 긴팔도, 각종 방한 도구들도 그녀에게는
낯설고 신기한 것이었을 터였다.
처음 겪는 강추위와, 처음 입는 긴팔,
방한용 마스크와 장갑.
겨울에는 핸드폰 조작이 힘들고,
그래서 기능성 장갑을 구매하며,
그 장갑은 더 비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적지 않은 놀라움과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어른에게도 새로운 것은 놀랍고, 신기하고,
때로는 두렵다.
모래가 무서워 우는 아가의 사진을 보며 10년 전
대학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를 떠올리다니
나도 나이가 드나 보다.
'그래, 30대 중반인 나도 여전히 새로운 하루하루에
고민을 하는데 처음 만나는 모래는 오죽하겠어.'
사진 속 아가도 이 새로움과 놀라움과 두려움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겪으며 성장하겠지.
그 과정이 우리보다는 자연스럽고 덜 어색하길,
마음속으로 가만히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