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스물여덟. 그림을 그린다는 것
핸드폰을 막 쓰는 방법
「어? 이거 왜 이러지?」
핸드폰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6개월,
드디어 핸드폰 주요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3개월이 지날 무렵,
묘하게 색이 변한 화면을 발견했다.
핸드폰 오래 쓰면 다 그런 거라며 애써 모른 척했지만
며칠 후 화면은 희미한 파스텔톤 잔상으로 가득 찼고,
이내 서로 다른 색으로 삼등분되었다.
4개월이 될 무렵, 펜촉이 닳았다.
'아, 디지털 펜도 끝이 닳는구나.'
5개월에 다다르자 자판 타점이 안 맞기 시작했다.
신중을 기해 시간을 들여 정확히 버튼을 타격해가며
완벽한 한 문장을 완성하는 희열을 아시는가.
그때쯤이었다.
시간도 돈도 없는 직장인이 장비 욕심을 내기 시작한 게.
이제 핸드폰으로 그림을 그린 지 정확히 6개월,
어느덧 반년이 흘렀다.
흔들리는 화면과 끝이 갈라진 펜, 부정확한 자판.
핸드폰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핸드폰이라 불리는
기기를 들고 고민해본다.
'이 참에 장비를 사서 그려볼까?'
'아니야, 지금도 그림은 잘 그려지잖아.'
'차라리 새 핸드폰을 살까?'
아무래도 핸드폰으로 그림 그리는 평범한 직장인에게
적지 않은 고민의 시기가 도래했나 보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명필이 아닌 것 같다.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