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서른아홉. 강아지 발바닥

눌러볼까 문질러볼까

by 선량한해달

「아, 우리 뿡이 발냄새 맡고 싶다」


"아, 우리 뿡이 발냄새 맡고 싶다. 고소한 냄새 나는데"

"언니, 나 얼마 전에 시로 어머니 인스타그램 갔다가

발바닥 사진 보자마자 그렸잖아. 강아지 발바닥 최고야."


어찌 우리뿐이랴, 강아지 발바닥에 빠진 사람들이.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마성의 발바닥.


나는 산책 후의 강아지 발바닥을 특히 좋아하는데

약간의 차가움과 흙먼지가 더해져 평소보다

거칠고 통통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발바닥을 코에 대고 있으면 의아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랑스러운 생명체.


어린 시절 장염으로 떠나보낸 우리 제크의 표정이

아직도 아련하게 남아있는 이유는 그 당시의 장면과 함께

소리와 냄새가 같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나는 제크를 떠나보낸 이후로 개를 키우지 않는다.

하지만 산책 중인 강아지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구수한 빵 냄새 같은 체취가 머릿속을 채우는 것이다.


"너 왜 아직도 강아지 안 키워? 결국 다시 키울걸?

빠를수록 좋아. 더 늦기 전에 한 마리 입양해."

"생각 중이야, 마음의 준비가 안됐어."


뜸 들이기가 길어지니 구수한 강아지 발냄새가

더 자주 그리워진다.


'그래, 오늘은 커피 대신 숭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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