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쉰셋. 사진가

서로 다른 것을 담다

by 선량한해달


「내 방식, 내 습관, 내 고집」


'너한테는 이런 게 보이는구나 생각했어.'


책상 구석 연필꽂이에는 쓰는 붓펜이 하나 꽂혀있다.

그 붓펜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라 그린 그림이 그림위로

첫 에피소드인 「시작」 편다.


내 친구는 연필꽂이에 꽂힌 붓펜을 보고 큰 붓을 쥐고

점을 찍는 여인을 떠올린 나를 신기하게 생각했다.


사람의 눈에는 같은 것이 다르게 보인다.

설사 같은 걸 보고 똑같이 받아들였다고 하더라도

그 표현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거나 춤을 추거나

작곡을 하는 등의 표현 행위는 내 식대로의

재편성 과정이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도 신기한 사람들이 몇 있다.

바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다.


특히 신기한 친구가 하나 있는데,

이 친구의 사진은 사진이 찍힌 곳의 공기를 담고 있다.

사진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사진 속 일부가 된 것 같다.


절에서 기도 드리는 중년 남성의 사진을 보는 동안

그곳에서 나는 향내,

연기가 코끝을 간질이는 촉감,

기도하는 사람의 중얼거림을 느꼈다.


신기한 것은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기도를 방해하듯 손에 엉기자 미세하게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남성의 표정까지

포착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아, 이 친구 눈에는 이런 게 보이는구나.'


내 친구가 나에게서 느낀 신기함을

나도 그 친구에게서 느낀다.


앞으로도 좋은 사진들을 많이 찍어주길 바라며.

나도 내 방식과, 습관과, 고집을 담아서.

오늘도 그리고, 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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