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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궁이 Jun 15. 2023

초원위에 사우나

카메루니안

"사우나 가고싶지 않아?" 

"네? 수영장 아니고 사우나가 있어요?"

"그럼, 다 있지. 하하"

처음 가보는 외딴 길을 차는 달렸다. 2차 선 도로 옆으로 숲이 우거진 길을 한참을 달렸다. 

이곳의 우기는 우리나라 가을, 초겨울 같아서 쌀쌀한데, 오늘처럼 하루종일 추적추적 비가 내린 날은 뜨끈한 물에 몸 담그고 시원한 식혜도 마시고 하는 사우나가 그립긴하다. 


바푸삼 시내에서 꽤 외곽으로 빠져나온 것 같다. 건물도 사람도 찾아볼 수 없는 무성한 숲만 계속되는 이 길, 이런곳에 사우나가 있을까? 하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서 건물을 찾기 바빴다. 드디어 울퉁불퉁 비포장 길 어디선가 차는 멈추고 집사님은 당당하게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다왔어."

'어랏? 이게 사우나?' 할 만큼 작은방 한칸만한 크기의 목조건물이 눈앞에 있다. 이걸 뭐라고 해야할까? 우리나라에서 봤던 이동식 화장실 크기? 아니 그것보다 좀 더 작아보인다. 전체가 통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자물쇠를 열자, 그 안에는 건식 사우나가 주변과 어울리지 않게 있었다. 

비좁지만 마주 앉을 의자가 양옆에 기다랗게 이어져 붙어있다. 

한국에서 늘 다니시던 사우나를 떠올리며 집사님이 설계디자인을 설명하시고 현지인 목수가 만들어 놓은 건식사우나였다. 

분명 불어로 말씀하시지만, 경상도 사투리가 들리는 듯한 집사님 특유의 말투로

운전기사에게  사우나 온도를 높이라는 주문 이후 금세 뜨끈해지기 시작했다. 나에게 먼저 들어가 옷을 간단하게 갈아입으라고 하셨다. 집사님은 머리에 하얀 수건을 덮고 짧은 바지와 나시 티를 입고 다시 들어오셨고, 나는 입고 온 반팔 티에 바지만 반바지로 갈아입었다. 

설마하면서도 옷을 챙겨오긴 했으니 다행이었다. 


순식간에 그 공간은 뜨끈뜨끈 진짜 사우나가 되었다. 얼굴이 벌개지고 땀이 줄줄 흐르는 것이 효과 만점이다.


아프리카에서 사우나라니!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1,2 주에 한 번씩 토요일 아침이면 꼭 목욕을 갔다. 개운하게 때도 밀고 사우나도 하며 피로를 날리고 피부도 관리했던터라, 매일 석회질 가득한 물로 샤워만 하는데도 때가 가득낀듯한 몸둥이가 찌뿌둥했는데, 물론 여기서 때를 밀수는 없지만, 떼밀이 장갑만 갖다대도 왕창 벗겨져나올 기새다. 


신기하다고 대단하시다고 집사님께 쌍따봉을 올려보이며 칭찬일색이었다. 

제법 땀이 줄줄 나고, 집사님은 주섬주섬 Passion fruit착즙 쥬스 한병을 꺼내 벌컥벌컥 마시고 나에게 건네셨다. 


집사님은 부산인지 대구인지 경상도 분이셨는데, 현지에서 수도를 제하고 바푸삼과 두알라에 큰 규모의 사진관을 운영하신지 벌써 30년이 넘는다고 하셨다. 이곳에 오신 선교사님들 보다 더 오래된 한국인이시다.  집사님이시나 선교사님들이 절절매는 슈퍼 갑 집사님이다. 


언젠가 사우나 함 가까? 하셨을때 농담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사우나를 만들어 놓으시다니 신기하고 놀랍다.

여장부 스타일에 카리스마 넘치는 집사님이 허풍이 센 줄 알았는데, 말을 허투루하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을 오늘에서야 깨닫는다. 


같이 가자고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꼭 데려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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