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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궁이 Sep 26. 2023

구사일생(2)

행정원과 바함단원

눈물의 상봉


하필 지금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짧은 스레트 지붕아래 시멘트 바닥에는 여기저기 비명을 지르는 환자들이 가득했다.  

바푸삼 집사님 차로 찾아온 이 병원은 바함과 바푸삼 사이 어디쯤이다. 처음 와 본 병원인데, 

입구에서 확인한 바로는 지금 사고로 도착한 한국인은 없다고 했다. 

분명 이 병원으로 실려왔다고 했는데.... 


12인승 봉고차에 30명도 더 넘게 태우고 차 지붕 위에 짐도 한가득 싣고 달리던 차 한 대와 우리 행정원과 바함단원 그리고 운전사 셋이 탄 승용차가 충돌했는데, 정면충돌이라고 했고 그 충격으로 운전사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행정원이 많이 다쳤다고 한다. 바함단원 동기는 자기는 무릎을 좀 다친 것뿐인데 행정원이 걱정된다며 울며 전화를 했고 일하던 중에 나는 너무 놀라 전혀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다른 말도 들리지 않았다. 수간호사님께 허락을 구하고 급히 조퇴를 했다. 


내 눈으로 동기와 행정원의 상태를 확인해야만 했다.  


심장이 빨리 뛰고 땀이 났다. 기사가 즉사했다 하니, 조수석에 앉았을 행정원이 죽을 까봐 눈물이 나고 걱정이 되었다. 그나마 동기단원이 직접 전화해 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수도 야운데 김박사님과 선배들에게 알렸고 울면서 바푸삼 집사님께 연락을 드렸다. 기꺼이 동행해 주신 집사님이 계셔서 너무 다행이었다. 

집사님도 많이 놀라셨지만, 나를 진정시키시고 함께 병원을 찾아왔다. 


사고 환자들이 실려간 병원의 상황은 전쟁터 같았다. 

응급실, 병동 할 거 없이 공간이 있는 곳이라면 맨바닥에 피투성인 사람들을 눕혀두고 링거를 주사하고 있는 현장은 처참했다. 이들 중에서 <동기단원과 행정원>을 찾아야 한다. 그 병원 간호사들에게 나도 바푸삼 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라고 밝히고 집사님과 함께 찾기 시작했다. 


병동에서 시노아(중국인)를 봤다 하길래 응급실을 둘러보고 병실 몇 개 방을 지나 드디어 동기를 찾았다. 

나를 보자마자, 창백한 얼굴과 힘없는 목소리로 현지 간호사들이 벌써 네댓 번 정맥주사 꽂는 데 실패했다고 나한테 좀 놓으라고 한다. 자기는 괜찮다고 하지만, 얼굴색이 백지장 같았다. 

한국에서도 교통사고여도 병원에 걸어 들어온 환자가 순식간에 내부 장기 출혈로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에 실려 올라가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걱정돼서 그리고 이 난리통에 반가워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눈물이 터진 나는 손가락 실핏줄에 주사를 꽂고 있는 간호사들에게 버럭 화를 내며 내가 한다고 주사를 놓고 있던 간호사에게 비켜달라고 했다. 이 응급상황에서 가늘디 가는 손가락 말초 혈관에 주삿바늘을 꽂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 저들에게 화가 치밀었다. 내가 바푸삼 응급실에서 늘 봐왔던 현지 환자들처럼 동기와 행정원도 아무 대책 없이 죽게 내버려 둘 것만 같은 불안이 나를 덮쳤기 때문이다. 주사를 놓던 간호사는 눈물범벅으로 화내는 나를 보며 입을 삐죽하였으나, 동기가 나와 같이 울며 그 간호사에게 미안하다 하는 말을 듣고는 옷을 털고 다른 환자에게 갔다. 


팔뚝으로 눈물을 쓱쓱 닦고 동기의 팔을 가져와 토니켓을 묶고 주사를 놓았다. 진통제를 넣어주었다. 동기도 나도 같이 손을 잡고 울었다. 아픈 곳, 외상이 없는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확인했다. 양쪽무릎 통증 말고는 잘 모르겠다고 해서 보니 무릎에 물이 차서 탱탱 부어올라있다. 급한 대로 구한 아이스백(Ice bag)을 대주고, 진정이 되니 행정원을 찾아야 했다. 

내가 동기단원을 챙기고 있는 동안 집사님께서 외과병동에서 행정원을 찾았다고 오셨다. 의식이 없는 것 같다고, 양쪽 무릎을 다쳐 걸을 수 없는 동기 옆에는 집사님이 계시겠다고 나보고 얼른 가보라 하셨다. 


집사님이 말하신 외과 병동으로 뛰어갔다.


행정원은 카메룬에 파견되고 처음 하는 전국 방문 중이었고 바함을 거쳐 내 임지, 

바푸삼을 오던 중에 사고를 당했다. 


내가 갔을 때는 의식을 겨우 붙들고 있는 듯한 그는 눈물을 흘리며 나를 보고 계속 너무 아프다 통증을 호소했다. 열이 39도가 넘어 뜨끈뜨근한 행정원은 점점 의식을 잃어가면서도 아프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냉철하고 말이 없던 사람이 계속 아프다 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니 너무 걱정이 되었다. 의사는 현재 상태를 설명해 주었는데, 양쪽 고관절 골절과 갈비뼈 다발성골절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부상이었고, 뇌 CT나 복부 장기에 대한 확인도 시급해 보였다. 너무 창백했고, 말이 어눌해지는 것 같아 뇌가 충격이 있지 않았을까 걱정되었다. 

지금 이 병원에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진통제가 전부다. 


당장 수도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해야만 했다. 현지의 검사나 처치장비가 너무 열악했고, 병원에 갑자기 몰아닥친 40여 명의 중상자를 케어하는 몇 명 안 되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적극적인 치료대책이 없어 보였다. 


이미 본부와 수도에서는 이 사고에 대해 보고를 받고 조치를 취하는 중이었다. 오늘은 너무 늦어 내일 오전 김박사님이 직접 오셔서 SOS 구급차로 이송해 가신다고 하셨다. 오늘 밤을 무사히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통증은 심해질 것이고 다른 문제들이 하나, 둘 나타날 테지만 오늘 밤을 무사히 잘 보내고 내일 야운데에 있는 병원에서 응급처치와 검사를 받고 본국으로 후송되는 것이 계획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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