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시련(3)

엄마의 지금

by 아궁이

엄마는 2021년 고열로 응급실로 내원 후 다발성 장기부전, 패혈증으로 진단받고 중환자실에 2주를 입원했고 일반병실로 옮겨 2주를 더 있었다.

엄마를 모시고 퇴원 후 외래 진료를 위해 병원에 갔고 미리 피검사를 해두고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시 말이 없던 엄마가 갑자기 낯선 눈빛을 하고 나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이 그렇게 남 같았던 적은 여태껏 없었다. 그 순간 엄마는 다른 사람 같았다.

"근데, 내가 왜 여기 있는 거냐?"

"엄마 무슨 소리야. 지금 퇴원하고 한 달 동안 신장염으로 약 먹은 거 괜찮은지 진료 보러 온 거잖아."

"그래? 내가? 왜?"

"엄마 입원했었잖아. 기억이 안 나?"

"응? 내가 입원을 했었어?"

"엄마 오늘 무슨 요일인지 알아?"

"......"


신장내과 교수님께 바로 전에 있었던 엄마의 상태를 다급하게 전달했다.

입원 시기동안 주치의였던 본인을 전혀 못 알아보시는 엄마에게 교수님은 이런저런 질문을 했고 신경과로 직접 전화를 걸어 진료의뢰를 하였다. 교수님도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다. 환자와 보호자가 앞에 앉아 있는데, "여기 환자 퇴원 follow up 중인데, 치매/알츠하이머 의심소견 보여 급하게 의뢰합니다." 하며 신경과와 통화를 하셨다.


그날 이후 신경과 진료를 마치고 인지검사를 비롯 각종 피검사부터 MRI, 아밀로이드 PET검사까지 빠르게 진행했다.

엄마는 입원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한다. 어떤 장면도 떠오르지 않는다 한다.

엄마의 오래전 친구였던 권사님이 멀리서 와서 며칠밤을 같이 지내다 가셨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반겼으면서 말이다.


인지장애에서 언어점수가 현저히 낮았고 기억력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 다행히 MRI나 PET은 모두 이상이 없지만, 기억력 장애와 인지장애가 있기 때문에 초기 치매 약인 아리셉트 복용을 시작하자고 하였다.


벌써 3년이 지났다.

이제 엄마는 과거의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약은 더 늘려 복용 중이다.

그렇게 생생하게 이야기해 주던 우리 삼 남매의 태몽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패혈증일 때 벌써 60kg에서 47kg로 많이 감소했던 체중이 더 빠져서 44kg 되었다.

식욕도 없고, 아리셉트라는 약의 부작용까지 더해져 우리 집에 오시는 날에는 거의 소파에 누워 주무신다.

밤이고 낮이고 앉아서 졸기도 하고 주로 눈을 감고 계신다.


키가 163cm에 동글동글 보름달 같은 우리 엄마 얼굴이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늘 싱글 생글해서 보는 사람도 덩달아 미소 짓게 하던 엄마의 생기가 그립다.

가끔 뭔가 잊어버렸을 때, "아휴 이를 어째?" 하며 양팔을 돌리며 귀여운 춤을 추곤 하셨는데

예쁘고 귀여운 동그리 아줌마라고 실컷 놀려도 눈을 살짝 흘기는 잠깐 말고는 늘 활짝 웃는 엄마였는데...

엄마는 어느새 표정도 사라지고 감동도 사라진 듯하다.


엄마가 패혈증일 때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헤마도 기능 부전이 있었을까?

폐와 간, 신장이 모두 타격을 입었다던 그때 충격이 있었기 때문에 회복이 불가하여 여태껏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내가 좀 더 꼼꼼히 확인하지 못한 게 있나 머릿속이 복잡하다.


누구보다 헌신적이고 성실한 우리 엄마.

말보다 조용한 실천의 본이 되셨던 나의 롤 모텔, 신앙의 선배 우리 엄마.

궂은일도 마다 하지 않고 자신이 한 일들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하고 차분해서 많은 사람에게 위로를 주었던 우리 엄마.


왜? 하나님은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우리 엄마에게 이런 시련을 주셨을까?

칠십 평생 병원 신세 한번 지지 않은 우리 엄마가 왜 지금 아파야 하나요?

25년을 시부모를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모두 집에서 편안히 눈 감으시었다 칭찬과 축복을 받아 마땅할 우리 엄마가 왜 이렇게 된 건가요?

엄마가 중환자실에 들어갔던 날보다 더 슬펐다.

기억하지 못하는 엄마가 너무 슬펐다.

좋은 기억들, 추억들이 많은데 엄마의 기억을 돌려주세요.


하지만, 늘 시련을 긍정적으로 맞서던 엄마를 생각한다면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고 걱정하면 안 된다.

엄마도, 아빠도 더 힘드실 것이므로 지금의 엄마께 어떻게 하면 좋은 시간을 만들어 줄지를 고민해야 한다.

엄마가 우리 모두를 인지하고 알아보는 지금, 우리 모두는 시간을 아껴 엄마와의 행복한 시간을 더 보내야 하고 더 웃겨드려야 한다. 엄마가 기억이 안 난다 해도 괜찮다고 약을 잘 챙겨드시라고 태연히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


"엄마, 내가 문제 낼게. 금 중에 가장 좋은 금은?"

"........."

"너무 소중한 지금!!!."


엄마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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