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위대함을 위한 열정 Aug 17. 2022
나는 라디오 드라마를 무척 좋아한다.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 북도 좋다.
고도의 집중을 요하지 않는 설거지나 청소 같은 집안일이나 미뤄두었던 일들을 해내는 동력이 바로 라디오 드라마나 오디오북을 듣는 것이다.
KBS 라디오 극장은 문학상 수상작들을 라디오 드라마로 각색하여 들려주는데, 라디오 드라마를 먼저 듣고 책을 찾아 읽으면 오디오북과는 다른 맛이 있다. 가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장점을 살려 본 이야기보다 더 반전 있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성우의 연기력의 덕을 보기도 한다. 곡으로 치자면 편곡이 훌륭한 경우다.
매일 기다리는 재미도 있지만 한 번에 몰아 들으면 드라마 한 편을 다 본 듯 머릿속에 잔상이 남는다. 좋은 이야기를 발견하고 여러 번 듣다 보면 서점에서 고른 책이 흡족할 때의 기분을 느낀다.
다만, 나는 가상의 이야기에도 감정의 여운이 실제 겪은 일처럼 오래 남기에 주인공이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섬뜩한 범조나, 공포물은 일단 피하고 본다. 그래서 사전에 목록의 제목을 검색하여 짧은 책 소개를 보고 대략 이야기를 짐작하고 들을지 말지 선택한다.
한동안 듣지 않던 라디오 극장의 이야기들이 꽤 쌓여 3일간의 황금연휴에 다시 듣으려고 하니, 새로운 이야기도 많은데도 과거에 넘겨버렸던 이야기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속는 셈 치고 들어 보자 했는데, 어라 이거 내가 본 책 소개와 다르지 않지만 재밌는데? 왜 이걸 넘겨버렸지?
예상치도 않게 재밌는 이야기를 발견하자 '또 편견이었네.' 하고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요즘 내 머릿속 화두는 편견이다. 지례 짐작하는 버릇. 셜록 홈즈나 되는 양 나름 이런저런 정보를 조합해서 미리 답을 정하는 것. 넌 별로다. 넌 괜찮을 것 같은데.라고 단정하는 오만. 그리고 그 결과가 낳은 편견.
내 편견이 얼마나 많은 재미난 이야기를 내게서 멀어지게 했을까. 책도 있고 드라마나 영화도 있고, 음악과 음식도 있을 것이다. 내가 놓쳐버린 기회들.
물론 지례짐작이 때론 내 시간을 아껴준 측면도 있을 것이다. 경험이 주는 효율. 직관. 선견지명. 먹어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아냐는 속담처럼.
다만, 선무당이 사람도 잡고.
생각해보면 책이나 이야기나, 음악은 나의 정서를 해하기 전에 언제든지 읽고 듣고 보기를 그만둘 수 있는데 지나치게 조심했었다. 좀 더 과감하게 다양한 경험을 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