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뛰어 새로운 가능성을 찾자
실패해도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면
거절당하더라도 일단 부딪혀보세요.
저는 농사를 짓기로 결심을 했지만 농사에 재능은 없었어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어릴 적부터 농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기에 무슨 일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어요. 배경지식이 하나도 없었기에 무턱대고 시골로 내려올 수 있었지만 농사를 잘 짓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죠. 그래서 농사를 최소한으로만 지으며 농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어쨌든 시골에서 먹고살고 싶었으니까요.
그 과정에서 무엇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농산물을 판매해 보기로 결심했어요. 주변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농산물의 적절한 값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 그래서 본격적으로 농식품 쇼핑몰을 운영하기에 앞서 상품을 찾는 작업부터 시작했어요. 하지만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3가지 큰 난관에 부딪혔어요.
첫 번째로는 영월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농산물 중 사계절 내내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부족했어요. 영월의 주산물인 콩, 고추, 배추, 곤드레, 옥수수, 포도, 사과, 다래 등은 제철 상품이 많아 꾸준한 판매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제품 소싱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어요. 농업은 폐쇄적인 면이 있어 낯선 사람이 찾아와 무언가는 제안하는 일들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농업 관련 대학원에 다니고 있었기에 경산, 나주, 문경, 천안, 울주 등에서 농사를 짓는 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친한 대표님들이 지역의 농장들을 소개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열에 여덟은 거절당했어요. 거절당한 각오를 하고 다녔지만 계속 안된다는 얘기를 들으니 힘에 부치더라고요. 그런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여기서 두 번째 문제를 발견했어요.
두 번째로 택배 작업을 하는 농장이 거의 없었어요. 농장도 소비자와의 직거래가 더 많은 수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택배 작업을 할 인력이나 시간이 부족 헸어요. 택배 작업을 하더라도 인건비를 고려하면 수익이 남지 않았어요. 그래서 농장들은 도매로 넘기거나 장사꾼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고수하더라고요. 택배 작업을 위해서는 농산물을 하나하나 선별해야 하지만 도매나 장사꾼에게 넘길 때는 선별 작업을 생략할 수 있거든요.
농장에서는 워낙 일이 많기 때문에 손이 더 가는 일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자식과 함께 농장을 운영하거나 도전정신이 있으신 농장주들을 찾아다녔어요. 비교적 택배 작업에 익숙한 경우가 많았었거든요. 그래도 농장주가 소비자와 약속한 일정에 택배를 발송하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세 번째 문제는 농장에서 약속한 기간에 택배를 발송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어요. 농장에 사정사정해 택배 작업을 부탁했지만 막상 발송할 때가 되니 제시간에 택배를 보낼 수 있는 농장이 거의 없었어요. 농산물을 수확한 뒤 선별하고 포장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수확한 상품은 마트에서 판매되는 상품처럼 예쁘지 않아요.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 손을 몇 번 거쳐야만 해요. 그렇다 보니 농장에서 기존에 하던 일에 추가로 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택배 작업이 쉽지 않은 거죠.
게다가 하루에 택배가 몇 개 되지 않는 농장들은 직접 택배 회사로 가서 제품을 발송해야 해요. 택배를 보내기 위해 왕복 1시간을 넘게 시내를 다녀와야 되는 거죠.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약속한 기간에 택배를 보내는 농장이 거의 없었어요. 덕분에 고객 클레임을 처리하는 일이 하루 일과가 되어갔어요. 농장과 소비자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 보니 쇼핑몰을 운영하기가 부담스러워져 갔어요. 어렵게 찾은 농장이기에 택배를 제때 못 보냈다고 거래를 끊을 수도 없었어요.
이렇게 농산물 판매 쇼핑몰을 운영해 보려고 했으나 실패했어요. 그래도 이 과정에서 농업의 유통 생태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었어요. 그래서 판매 방식을 쇼핑몰에 한정 짓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 보고 있어요. 농장에서 거절당하고 소비자의 클레임을 받으며 단단해졌거든요. 제가 시도한 방법들은 다음 글에 소개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