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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소정 Oct 28. 2023

잡초를 키우는 스위스 사람들

생물 다양성을 지향해요

자연에서 지속적으로 먹거리를 얻기 위해서는 생물의 다양성을 지켜야만 해요. 그래서 잡초를 키워요.


스위스 농장에 가면 한쪽에 관리를 하지 않고 잡초가 쭉쭉 자로도록 방치해 둔 곳들이 있어요. 소를 키우는 목장의 들판에 있기도 하고요. 농경지 주변에 한 곳의 밭 전체가 잡초로 뒤덮여 있는 경우도 있어요. 이렇게 스위스 농부들이 잡초를 키우는 이유는 생물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래요. 인간이 먹고살기 위해 자연을 훼손했기 때문에 그 속에서 살던 작은 동물이나 곤충들의 서식지가 사라졌잖아요. 그래서 곤충과 벌레들도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농경지 곳곳에서 잡초를 키워요. 생물의 다양성을 보호하면서 자연에서 지속적으로 먹거리를 얻을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죠.


이러한 잡초밭은 스위스 농부인 David의 말에 따르면 농경지의 10%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고 해요. 잡초를 키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오래된 풀이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해요. 그래서 David의 경우 1~2년 정도 풀을 키우고 두 달에 한 번씩 들려서 풀이 몇 cm씩 자랐는지 확인한다고 해요. 특히 David가 사는 동네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잡초밭을 맡아서 관리하더라고요. 지역 사회가 협력해서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노력을 해요.


사실 잡초를 키우는 일은 유기농 농장에서 의무적으로 해야 되는 일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일반 농가에서 잡초밭을 만들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왜냐하면 스위스는 유기농 인증을 받는 농가들이 훨씬 많거든요. 소비자들이 유기농 농산물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고, 정책적으로도 최대한 유기농 방식으로 작물과 동물을 키우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유기농 인증을 받지 않은 농장이더라도 어느 정도 잡초를 키우며 관리하는 게 보편적인 것 같아요.


그래서 스위스 농부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잡초를 키우며 생태계를 보전하려고 노력해요. 한 번은 스위스에서 사탕무를 키우는 밭에 간 적이 있어요. 일반적으로는 수확 전후에 밭을 1번씩만 가는데 사탕무를 재배하는 농부는 1년에 4번 밭을 갈아엎는다고 해요. 수확 전 3월, 수확 후 8월, 그리고 겨울에 2번이요. 그 이유는 잡초를 키워 땅의 영양분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서예요. 잡초가 자라면 작은 동물들이 찾아와서 서식하고 이 과정에서 땅이 튼튼해지고 영양분도 많이 생기거든요. 특히 사탕무는 바이러스 같은 병에 취약해서 밭을 자주 갈아엎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스위스에서 방문했던 Biohof-Wattwil이라는 농장에서는 잡초밭을 주기적으로 바꿔줘요. 예를 들어 6주에 한 번씩 꽃이나 나뭇가지가 쌓여 있는 위치를 옮겨주는 거죠. 그래야 곤충과 벌레들이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번식하면서 서식할 수 있으니까요. 또, 소 먹이를 키우는 밭에서는 네잎클로버 같은 영양분 함량이 높은 잡초를  일부러 같이 키우기도 해요. 그러면 소들은 더욱 건강한 먹이를 먹게 되고 땅은 더 튼튼해지는 1석2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거든요.


지금은 우리나라도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농가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스위스처럼 일부터 잡초를 키우는 농장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요. 하지만 대부분의 농가들이 농약을 사용하여 작물을 재배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유기농 재배가 훨씬 더 어려워요. 만약 마을에서 저 혼자 유기농 재배를 한다면, 주변에 서식하고 있는 곤충과 벌레들이 농약을 피해 제 밭으로 몰려들게 될 거예요. 그럼 제 밭은 작은 동물들의 서식지가 되어버리는 거죠.


하지만 이러한 환경에서 유기농 재배를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잡초밭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잡초밭은 작은 동물들에게 안전한 삶의 터전이 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잡초밭과 재배지를 분리한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유기농 농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이상적인 생각을 내년에 실현해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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