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정기구독 서비스 in 스위스
스위스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농장에서 농산물 정기배 서비스를 확대시킬 수 있어요.
이마트 쓱배송과 비슷한 방식으로 스위스에서도 Migros라는 대형마트에서 온라인 식자재 배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전 글에도 언급한 대로 스위스는 물가가 비싸서 배달 서비스가 우리나라처럼 활발하게 이용되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위스에서 농산물 정기배송 서비스를 시도한 청년 농부가 있어요.
스위스의 수도인 Bern 지역 근처에서 사는 24살 청년 농부인 David를 만난 적이 있어요. David가 농부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였대요. 그래서 비교적 수익성이 좋은 동물과 작물을 다양하게 기르고 있더라고요. 매년 해바라기랑 유채꽃을 약 2ha 정도씩 재배하여 기름으로 판매하고 있어요. 감자밭도 약 77ha 정도 있고요. 풀이 자라는 땅에서는 사일리지를 1년에 4번 정도 생산해서 소 먹이로 판매도 해요.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소를 키우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소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아 농장에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돼서 자유시간이 너무 없거든요. 그래서 David가 올해 초에 소를 다 팔아버렸대요. 대신 돼지 230마리와 닭 50마리는 계속해서 키우고 있어요.
그리고 300년 된 옛날 집에서 농부 마켓도 운영해요. 직접 기른 다양한 채소와 달걀은 기본으로 판매하고요. 근처 다른 농장에서 생산한 아이스크림, 소스 등도 함께 판매해요. 여기서 끝이 아니라 매주 토요일마다 동네 사람들을 대상으로 농산물 정기 배송 서비스를 진행해요.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집 앞까지 배달해 주는데 채소의 종류가 매주 똑같지는 않아요. 예를 들어, David가 이번 주에 당근을 수확했다고 해도, 저번 주에 당근을 받은 고객들이 이번 주에도 똑같이 당근을 받지 않도록 신경 써요. 이렇게 나름의 관리 체계가 있어요.
제가 같이 배달을 다녀보며 파악한 결과 농산물 정기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요 고객은 노인과 아이가 있는 가정이에요. 사실 David를 소개해준 사람은 제가 스위스에서 머물며 지냈던 자녀가 3명인 가족이에요. 그 가족도 농산물 정기배송 서비스를 막내딸 친구의 엄마로부터 소개받았다고 해요. 그래서 3~6인분 정도의 큰 농산물 꾸러미 박스는 주로 아이가 있는 가정으로 배송을 했어요. 그다음으로 많이 방문한 곳은 스위스의 아파트였어요. 스위스의 아파트는 주로 노인 분들이 거주하고 있거든요. 아파트로는 주로 1~2인분 정도의 작은 꾸러미 박스를 배달해요.
우리나라도 몇 년 전부터 농산물 정기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농장들이 꽤 있어요.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인지 아직까지 활성화된 농장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고객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인건비 문제로 인해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현재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는 '어글리어스'라는 유통전문 기업이에요. 농산물의 종류도 126가지를 다루고요.
우리나라는 음식을 여러 종류의 채소를 활용하여 만들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다양한 농산물을 원해요. 이에 따라 농장의 현실적인 문제와 함께 유통 업체들 이외에는 농산물 정기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반면에 스위스는 식문화가 달라요. 주식이 감자랑 샐러드라 주로 먹는 채소 종류가 한정적이에요. 매 끼니마다 여러 종류의 반찬을 만들지도 않고, 간단한 오븐 조리 방법을 선호하고요. 그래서 2주 간격으로 똑같은 농산물이 배달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매일 샐러드와 감자는 먹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David는 스위스에서 농장물 정기 배송 서비스를 더 넓은 지역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년부터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농장으로부터 조금 더 먼 지역으로 새로운 고객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고 해요. David의 첫 번째 목표는 Bern 근처의 지역에 고객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고요. 두 번째 목표가 다른 지역으로 정기배송 시스템을 판매하는 것이에요. 지금은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고 David 농장의 정기 배송 서비스는 점차 성장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David가 스위스에서 농산 정기배송 서비스를 꼭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