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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소정 Oct 21. 2023

스위스에서 다 팔아야만 해

역시 직거래가 최고야

스위스에서 생산한 농산물은 모두 스위스에서 판매되어야 해요. 생산비가 높아서 수출이 어렵거든요.


스위스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작은 규모의 농장들이 꽤 많아요. 이러한 작은 농장들은 주로 다양한 종류의 농산물을 재배해요. 예를 들어 감자, 해바라기, 유채, 샐러드 채소 등 여러 가지 채소를 키워요. 소를 10마리 키워도 닭을 함께 사육하거나 사과 농사를 짓기도 해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수익성 때문일 거예요. 각각의 농산물 수학 시기는 작물마다 다르고, 소는 자라서 출하되기까지 최소 2년 이상은 걸리거든요.


이런 소규모 농장들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 농산물을 생산해도 모두 자국에서 소진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에요. 농부들이 직거래로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많거든요. 도시에서는 매주 주기적으로 직거래 장터가 열려요. 과일 수확 시기에는 길거리 곳곳에 좌판을 펴놓고 판매하는 농부들을 자주 만날 수 있어요. 그래서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신선한 제철 농산물을 쉽게 구입할 수 있어요.


특히 더 신기했던 스위스의 농산물 판매 문화는 각 농장마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농부 마켓이 있는 거였어요. 닭은 키우는 농장에서는 달걀을 판매해요. 젖소를 키우는 농장에서는 우유, 치즈,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등산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다가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농부 마켓을 발견하면 꼭 들려서 사 먹었어요. 도시 근교의 마을을 돌아다니며 농부 마켓만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거든요. 동네 사람들은 농부 마켓이 열리는 요일을 외워두고 출퇴근하는 길에 장을 보기도 한대요. 아이들은 등하교를 하면서 사 오기도 하고요.


참고로 제가 만났던 스위스 사람들은 온라인 쇼핑보다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선호했어요. 택배비가 비싸고 우리나라처럼 배송이 빠르지 않거든요. 그래서 대형마트가 없는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장을 보기 위해 농부 마켓을 찾아 가요. 농부 마켓은 상품의 종류가 많지 않지만 24시간 운영되는 곳이니까요. 그런데 사실 스위스의 농산물 가격이 저렴하진 않아요. 스위스의 물가가 워낙 비싸다 보니 생산비도 높거든요. 오히려 수입해 오는 농산물을 저렴한 경우가 많아서 대형마트에 가면 주변 국가에서 수입한 채소나 과일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래도 스위스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모두 자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국산 농산물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스위스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물이 깨끗해요. 그리고 곳곳에 자연이 펼쳐진 곳에서 살아가기 때문인지 소비자들이 농산물 품질이 우수하다고 인식하고 있더라고요.

이러한 이유로 스위스에서 생산된 가공식품에는 스위스 국기를 꼭 표시하기도 해요. 국산에 대한 자부심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죠. 실제로 스위스에서 생산된 와인은 수출하지 않고 스위스에서만 판매하기도 하잖아요. 확실히 자국에서 생산된 농식품을 소비하는 문화가 잡혀 있어요. 이러한 소비문화로 인해 자국의 농산물 공급이 안정화되고, 농업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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