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천천히 준비합니다.

DAy 18

by 이승훈

아주 오랜만에 글을 써봅니다. 챗GPT가 순식간에 리포트를 만들어주는 시대에 굳이 천천히 한 자 한 자 두드리는 이유는 인생의 화두를 곱씹기 위해서입니다. ‘천천히 준비하기’ 오늘 아침 다짐한 나의 마음입니다. 빠르게 처리한 것들은 대부분 빠르게 휘발됩니다.


얼굴에 바르는 스킨도 마찬가지입니다. 손으로 대충 비비면 겉돌 뿐입니다.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꼼꼼히 두드려야 피부에 제대로 스며듭니다. 스트레칭도 비슷합니다. 긴장을 푸는 데엔 호흡을 동반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처음엔 뻣뻣하던 등이 열 번째 호흡쯤에야 살짝 늘어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운동은 그다음에 해야 부상이 없습니다.


효율을 놓칠까 두려워 겉핥기식으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밀려드는 정보, 새로운 트렌드, 빠름과 즉시성의 유혹에 빠져 누군가를 흉내 내듯 하루를 흘려보냅니다. 제대로 실천해야 할 때는 오히려 슬며시 포기하고 그럴듯한 말로 합리화합니다. 생각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것이 귀찮아 가위로 잘라버리듯 챗GPT 에게 답을 구합니다.


불안을 뒤로한 채 스트레칭을 하듯 생각을 천천히 늘려봅니다. 느리더라도 진정으로 삶을 지탱할 기술과 태도가 무엇일지 상상합니다. 꼭 필요한 순간에 꺼내 쓸 수 있는 무기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천천히 골라 담고 한번 더 정제한 만큼 내 속에 오래남기를 기대합니다. 작은 것 하나를 먹을 때도, 한마디 말을 뱉을 때도, 한걸음을 내디디는 자세에도 나의 마음이 스며들도록 준비하려합니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처럼 나를 흔들림 없이 이끌어줄 하나의 방향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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