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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원영 Aug 13. 2019

썰이 아니라 필요를 보기

썰, 주의는 결핍을 반영한 유행이다

옳다고 여겼던 관점이나 삶의 방식이
그때 그 상황에 맞았던 것이지
절대적으로 통용되는 법칙이 아님을
알게될 때 껍질을 깨는 성장이 일어난다.
삶은 유연하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 내 경험상 딱 들어맞았던 것이 흔들릴 때 인간은 실존적 고통을 느낀다. 불안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보편적인 법칙이나 전체를 관통하는 진리를 찾아 '따르기만 하면 편해지는 법'을 알고 싶어한다.

여기에서 바다 속을 부유하는 플랑크톤처럼 뿌연 썰들이 탄생한다. 수백수천의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같다. 원초적 생물체가 섭취하고 영양을 몸체에 공급한 후 찌꺼기를 배출하는 기본 기능을 가지고 있듯이, 그러한 썰들도 뭔가를 하면, 내가 지복에 이르고 행복해진다는 인풋-아웃풋의 인과론을 가지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인풋은 보다 개인적이고 편리하게 느껴지도록 바뀌었다. 밀레니얼 세대 특유의 자기중심성과, 결핍이 투사되어 과장된 인류애가 미묘하게 공존하는 요즘에는, 그 썰도 같은 맥락을 가지고 진화한다. 나를 중심에 두고, 모두를 사랑하라는 것이다.

모든 썰은 시대상을 반영하므로, 어떤 썰이 본질에서 나온 것인지 사람들의 결핍을 채워주는 하나의 상품인지를 알아보는 법은 그 시대의 니즈를 살피고 그 썰에 끌리는 이들을 프로파일링하는 것이다. 욜로의 뒤에 포기가 있듯이, 특정 썰을 신봉하는 것 뒤에는 자기들만의 투사된 니즈가 있다. 미니멀리즘이나 구독경제 뒤에는 소유에 대한 패러다임 쉬프트만 있는게 아니라 좌절된 소유욕이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포장지와 내용물 모두를 볼 때 우리는 그림자를 껴안는 건강한 자아를 발전시킬 수 있다.

어떤 주의가 옳다 그르다는 중요치 않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네에게 '필요해서 생겨난 것'이라는 점이 의미있다. 썰을 좇는게 아니라 그 썰에 끌리는 내 니즈를 좇아서 쳐다보고 날 아는 기회로 삼으면, 어떤 썰을 만나건 자양분과 동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밟지 않으면 표류할 수 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 요구는 변하기 마련이고, 그에 따라 사상이나 라이프 스타일 등도 패션만큼이나 쉬이 변한다. 필요가 문제를 만들고, 필요가 사상을 낳는다. 그때 그때 무엇이 필요했고, 어떤 것이 내게 유효했다는 인식-무겁고 절대적인 신념이 아니라!-은 삶을 가볍게 해준다. 우리가 특정한 썰에 절대성을 부여할수록, 그 썰의 무게를 감당치 못하게 되고, 이는 내가 좇는 이것이 옳고 남은 그르다는 배타적 우월감으로 변질된다. 그리고 이는 종교의 특징이자, 그것이 보편타당치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리고 보편타당할수록, 대중의 유행과는 거리가 멀게 마련이다. 그러니 넘쳐나는 많은 썰들에 마음을 갖다 대서 쓸데없는 고민을 하지 말고 그때 그때 자신에게 적합한 썰을 잘 활용하면 된다. 따르지 않으면 큰일나는, 뭔가를 놓치거나 잘못 사는 것처럼 되는 주의란 없다. 모든 삶은 그 자체로 자신에게 최적화되어 있고, 현상태에서 벗어나서 다른 단계로 점프하는 일도 자기 때가 올 때 일어나는 것이지 누가 종용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대개 이것을 할 수 있게 해준다고 나서는 이들은 세뇌와 최면에 능한 장사꾼이다. 보라. 어떤 식으로든 돈을 가져가려고 하나 안하나. 개나 소나 상담가란다. 그러니 에너지 낭비 말고 자기만의 길을 가면 그만이다. 각자가 자기 필요에 의해 뭔가에 매달리거나 표류한다. 그렇게 새로운 썰들을 만나가는게 발전이다. 하나만 붙들고 있는 쪽이 되려 위험하다. 그러니 썰이 오는 것을 반기고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기라.



너무 쉽게 믿는 경향의 특이한 점은 사기치는 경향과 결합하는 경우가 많다. 잘 믿는 사람이 거짓말도 잘 한다는 속성은 어린이 한테만 나타나는 성질이 아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혹은 보지 않으려는 태도는 남의 말에 잘 속는 순진한 기질과 야바위 기질을 동시에 조장한다.

<맹신자들> - 에릭 호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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