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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원영 Aug 28. 2017

아이의 뒷모습

혼자 저만치 떨어져서 걷는 딸

비틀대며 불안하게 걷기 시작한게 엊그제같은데, 이젠 멀찍이 혼자서 삐쭉대며 잘 걸어다닌다. 기특하면서도 한켠으론 짠하다. 혼자 걷고 넘어지기도 해야 잘 살아나갈 수 있을거다.

앞으로 나의 도움이 점점 필요 없어질텐데, 기쁜 맘으로 손을 놓고 지켜보는 연습을 매순간 하고 있다. 비틀대면 가슴이 철렁하고 손 내밀어 훅 잡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지만, 아이는 트위스트 스텝이라도 밟듯 어찌저찌 또 균형을 잡아낸다. 그 순간순간이, 아이를 '잘 독립시키는' 과정이자 훈련임을 알기에 조마조마함이나 안타까움 등과 싸운다.

육아 중에 아이가 애쓸 일은 없다. 엄마가 특별히 뭘 공부해서 해줄 것도 없다. 오로지 엄마 마음 속 불안을 잠재우고 기쁨으로 순간을 누리는 일, 그것 말고는 없다. 늘 되새기는 것은 '지금 아니면 볼 수 없는 시간'이라는 말이다.


미끄럼틀을 타겠다고 계단을 기어 오른다. 손을 잡으려 해도 뿌리치고 고집스레 난간을 잡고 무릎을 올려 몸을 세운다. 뒤따라 가는 내 마음은 기특하면서도 긴장된다. 아이의 모든 <처음>이 '이젠 그런 것도 해!'하는 유쾌한 당연함이 되어가는 과정이 신기하기만 하다. 터널 미끄럼틀에 앉아 혼자 스윽 내려가는 녀석의 뒤통수와 동그마한 어깨가 기특하면서도 짠하다.

그래놓고, 살짝 뒤돌아보며 엄마에게 잘했다 소리를 기대하는 모습에 마음이 또 찡해온다. 지켜보고 있는지 확인하는 기대에 찬 눈빛과 미소에 짜르르 가슴이 떨린다.


네가 그렇게 돌아보고, 네 마음과 영혼을 채우고 싶을 때마다 옆에 있어줄게. 그리고 훗날 언젠가 그 채움을 다른 이들에게서 조금씩 찾으며 너른 세상으로 나갈 때 응원하면서 보내줄게.

이렇게 하는게, 아이가 세상에서 결핍에 허덕이며 뭘 채우는 것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신이 아이에게 새겨넣은 자기만의 길을 바로 걷게 하는 일이 되리라 믿는다.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아이의 밤을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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