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갈림길에서 선택하기
빌 게이츠를 제치고 1위 부호로 등극한 아마존닷컴의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는, 월스트리트에서 잘 다니던 좋은 직장을 뒤로 하고 창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상사에게 이야기하던 때를 회상하며 자신의 <선택>에 얽힌 인터뷰를 했다.
성공한 이들의 드라마틱한 <선택>은 나같이 평범한 이들의 선택과는 뭔가 다르게 느껴진다. 이를테면, 복직이냐 아니냐를 둔 보통의 워킹맘의 선택은, 앞으로 뭔가 대단한 기업이 될지도 모를 '창업 선택의 순간'과는 완전히 다른 사소한(?) 것처럼 보인다. 내게는 정말 중요한 문제이지만, 내가 뭘 택한다 하더라도 저렇게 세상을 바꿀 도전처럼 스케일이 큰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나 자신과 주변 가족에게 영향을 줄 뿐인 개인적인 일일 뿐이란 생각도 든다.
그래서 기업가로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거나 아이디어 자체가 출중하고 세상에 변화를 가져온 이들의 드라마틱한 선택의 경험담(용기를 내라, 미친 짓에 뛰어들라, 본능을 믿어라 등)은 다소 과장되거나 미화된 경향이 있다고 믿는 편이다. 성공신화는 말 그대로 신화에 가깝기에, 걸러 들을 필요가 있다. 하늘이 준 운이라는 것도 있고. 실제로 사업을 하는 주변 지인들은 '운'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이야기한다. 사업가들이 점집을 많이 찾는 이유기도 하다. 그들은 노력한다고 되는게 아닌 이치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인생의 갈림길에 서서 뭘 택해야할지 고민이 될 때는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한켠으론 외롭기도 하다. 삶을 바꾼 위대한 선택을 한 멘토들의 말도 나와 거리가 있고, 주변 지인들의 조언도 그저 '진리의 케바케'인 다양한 경우의 집합일 뿐이다. 결국 내가 오롯이 선택하고 책임질 나만의 문제라는 것에 집중하다보면 괜시리 '역시 인생은 혼자야'같은 생각도 들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려 아마존 CEO의 인터뷰를, 평범한 내가 집어들고 온 이유는, 선택이 얼마나 거창한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선택하기 전 그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아주 유의미하면서도 헛바람 들지 않은 소박한 것이기에 그렇다.
당신이 80살이 됐을 때
후회할 짓은 하지 마세요.
'안정지향의 범생이'이기에 쓸 수 있었던 프레임워크, '후회를 최소화하는 법'은 바로 80세가 된 자신을 상상해보는 것이었다.
A냐 B냐의 단편적인 관점에 죽음, 이별, 삶이란 묵직함이 더해지면, 선택은 득실을 따지는 문제를 넘어서서 나란 사람의 인생철학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이 된다.
제프 베조스는 '시도하지 않음을 후회할 것'이라고 했다. 나야 지금 당장 대단한 시도를 하고 있는게 아니니 잘 그려지진 않지만, 80살이 되어 돌아봤을 때, 회사를 더 다닐걸, 돈을 좀 더 벌걸-같은 내용으로 후회하진 않을 것 같다. 그때 내 아이를 한 번 더 안아줄걸, 가족들과 같이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하늘을 함께 쳐다볼걸, 부모님한테 말 한마디 따뜻하게 할걸,같은 후회를 하면 했지. 그리고 마찬가지로 내 맘에 긴가민가하고 품고 있던 것들이 세상에 나와보지도 못한 것을 통탄하며 '지금도 이렇게 미련이 남는데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도해볼걸'하고 후회하겠지.
내 나이 팔십이 되었을 때, 지금 무얼 택하면 후회하지 않을지를 조용히 생각해본다. 뭘 택하건 적절히 합리화하며 사는게 인간이고, 절대적으로 옳은 선택이란 것도 존재하지 않기에 그저 택한 길을 충실히 가면 된다지만 말이다. 나이 팔십을 상상하고 선택지를 들여다보는 것은 '뭘 택하건 열심히 하면 되는거야'같은 흥분 상태를 차분히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나란 사람이 어떤 색과 모양을 가진 사람인지, 무엇이 중요한 사람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해준다. 역시, 좋은 질문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