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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ama Sep 30. 2015

사려니숲과 원령공주

 6개월만에 다시 찾아온 제주다

물론 일때문이지만...

바다를 둘러보기보다는

이번엔 숲을 택한다. 

사려니숲이 그것이다.

신성한 숲이라는 이름인데

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라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떠오른다.  

삼나무길은 사려니숲의 신비로움을 쉽게 보이지 않으려는

병풍처럼 느껴진다.  

오름을 오르는 동안 날씨가 흐린 월요일이라

금방 내려온 커플말고는 인적이 없다.  

몇년을 비틀어 하나가 되었는지...

나무들은

 지들 뻗고 싶은대로 뻗어있다. 

내려오는길 잠시 샛길로 벗어났는데.

가지런히 뻗어 놓인 삼나무들이 나를 놀라게 한다.  

지나는길 내내 양쪽에 심어져 걷는이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산수국.  

자연그대로의 숲은 노루들도 자기집임을 알려주고

지나는 사람들이 되려 구경거리가 되어

그리 놀라지 않은 듯 물끄러미

나를 쳐다본다. 

 ㄱ

밖에서는 바라 보이는 숲은 성이라도 드리운 듯이

인간의 침범을 함부로하지 않는다. 

그 숲과 하나가 되지못한 내가 괜히 부끄럽다.  

어느 오름 정상에는 마르지않는 물이 늪으로 살아가고

나그네는 이름도 모르는 새들의 울음소리에

놀라 서둘러 내려온다.  

제주의 날씨는 여전히 변화무쌍이다.  

그날그날의 제주날씨는 한라산이 정한다는데...

오늘 한라산의 마음은 많이도 불편한가보다.  

저녁에 돌아온 숙소에서 바라다보이는 좋은 경치도

오후의 그 숲이 잊혀지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언제 다시 돌아와 내가 그숲이 되어 자연을 안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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