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일지 005

무너지지 않기 위해 조용히 무너지는 법

by 김어항 AHANC


어떤 하루는
끝까지 버티는 게 용기였고,
어떤 하루는
그냥 조용히 무너지는 게 살아남는 길이었다.

나는 더 이상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지 않기로 했다.

괜찮은 척하면
시간이 나를 봐줄 줄 알았는데,
시간은 그런 걸 모른다.
그냥 간다.
묻지도 않고, 기다리지도 않고.

그래서 나도 가끔은
아무도 모르게 무너지기로 했다.

혼자일 때,
불 꺼진 방에서,
톳씨만 한 생각 하나에 울컥하면서.

그렇게 무너지는 순간은
사실 무너지는 게 아니라
조용히 숨 고르는 중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사람들은 자주 묻는다.
“요즘엔 잘 지내?”
나는 자주 대답한다.
“응, 그냥 그래. 하루하루 버티고 있어.”

사실 그 말 안에
온갖 감정이 다 들어 있다.

기대는 무너졌고,
마음은 줄어들었고,
어깨는 무겁지만
그래도 나는 여기에 있다는 말.

잘 사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나는
덜 무너지기 위해, 조용히 무너지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운 적이 있다면,
괜히 혼자 있을 땐 말이 줄었다면,
사람 많은 곳에서 더 조용해졌다면,
당신은 이미
아주 잘 버티고 있는 사람이다.

세상은 강한 사람을 기억하지만
나는 약해도 남는 사람이고 싶다.
누군가를 안아본 사람,
울고 있는 마음을 알아본 사람.

오늘 나는
내 안에 작게 무너져 있는 마음을
그냥 그대로 두기로 했다.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그대로도 나는 나니까.

오늘 하루를 이렇게 기록해 본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나는 조용히 무너졌다.
그리고 다시, 일어섰다.”

이 하루가
당신에게도 그런 날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