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일지 034

something heavy - jacob collier

by 김어항 AHANC

하늘은 지나치게 넓다
의도적으로 비워둔 여백에 마음이 동해
잠시 덜어 한 움큼 집었다

누군가의 말이 닿지 않게 하기 위함인가
굵직한 짐을 인 우리들을 위해
마음껏 적어내려고 남겨둔 일기장처럼

바다는 잔잔하지만
그 안엔 가라앉지 못한 생각들이
층층이 눌려 있다

나의 집은 단단하다
두 개의 굴뚝은
아직 꺼지지 않은 꿈처럼
말없이 하늘을 향해 있다

나무는
부닥친 바람에 약간 기울었다
완벽히 곧지 않아보여도
뿌리는 깊다

흔들림은 방향을 잃었다는 뜻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란다

이 장면의 중심은
사실 집도, 나무도 아니다
비어 있는 하늘이다

그 비어 있음은
내가 아직 채워야 할 시간,
아직 쓰지 않은 서사와
아직 오르지 않은 무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