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일지 033

033

by 김어항 AHANC

그동안 여러모로 많이 아팠다
몸도 마음도 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생각의 몸집을 키우기에
좋은 시기였다

지난 시간 동안
손가락이라던가 손목염증이라던가
상처가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았어서
연주의 디테일을 붙잡기엔 무리였고
믹스 작업을 하기엔 또 손목 통증도 덩달아 심해져
마음이 여간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곡 작업은 멈춘 적이 없다
작은 디테일을 당장 챙길 수 없기에
느리지만 꾸준히 큰 틀을 그렸고
코드와 가사를 입혔다

통증이 심해 연주가 어려울 땐
독수리타법마냥 검지 손가락에 최선을 보태어

건반을 짓눌렀다

한 곡 한 곡마다 많은 순간들을 이어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어떤 식으로 곡을 이끌어갈지
수없이 상상하고 되감았다


곧 여러 곡들이 발매될 예정이다

발매가 된 기점으로
앞으로
적게는 두 곡, 많게는 세 곡에서 다섯 곡 정도
매달 세상에 내놓을 목표를 갖고 있다
그래도 정말 열심히 살았나 싶을 만큼
써둔 곡이 참 많긴 하다

뼈대만 있는 곡들을
한 곡씩 다시 꺼내
숨을 불어넣고
색을 입히는 과정에서

이따금 편곡이 막히는 날이면
억겁의 스트레스가
후두엽과 관자놀이를 관통한다

우리내 서툴고 모난 부분까지도
난 사랑하기로 했다

내 시간을 먹고 자란 곡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살아나줘서 감사하다
너희들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살아있어줘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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