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격오지의 기억
2025년 5월 15일, 오전 6시 40분
하늘이 해무같다.
내가 서해 격오지에서 해군 생활을 할 당시, 줄곧 보던 날씨가 딱 이런 날씨와 같았다.
해무가 끼면 배는 통제당해 섬으로 사람이 오고 갈 수 없고,
모든 뱃길은 차단되어 고립된다.
어부잡이배조차 띄우지 못할 정도로 위험하기에,
그날 바다는 정적만이 감돈다.
하늘을 보면 문득 그때의 공기가 떠오른다.
습하고 차가운 해무가 피부를 파고들고,
시야는 10미터 앞도 보이지 않았다.
섬은 그렇게, 하루아침에 세상과 단절되곤 했다.
해무가 깔리면 군함도 정박만 할 뿐,
경계근무는 더욱 예민해질 만도 한데,
우리 격오지는 너무 외딴 섬인지라
주민과 군인은 오히려 더 느긋한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공간 속에서,
멀찍이 서 있을 때가 내 마음을 가장 귀 기울이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그 고요 덕에 마음속 소리가 차올랐고,
조금은 축축하고 적적한 공기 사이로
이따금씩 들리는 갈매기 울음소리는
시간마저 멈춘 듯 천천히 퍼졌다.
해무 낀 날, 바다를 향해 바라보면
수면 위로 희뿌연 아지랑이 같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마치 흰 안개가 흩날리듯 퍼지고,
그 사이로 손을 휘저으면 차가운 기운이 손끝에 닿는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는 흐려지고,
그 경계 없는 풍경 앞에서 나는 그저 가만히 멈춰 서곤 했다.
그 고립의 날씨를 다시 마주한 지금,
나는 그 섬에서의 시간들이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내 안을 들여다보게 만든
고요한 사색의 시간이었음을 안다.
해무는
모든 것을 가리지만,
때로는 가장 선명하게
내면을 비추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