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잠시 쉬어가기
이 글은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 수행자로 한동안 팔레스타인을 드나들면서 경험한 일들을, 오랜 세월이 지나 '웰다잉을 위한 웰빙의 삶'을 전하는 몫으로 삶의 방향을 다잡아 가면서 다시 정리하는 글입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자연을 마주했던 그 시간을 정리하며, 다시금 마음이 깊이 흔들린다. 같은 땅 위에 있으면서도 지역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풍요로움과 척박함을 동시에 경험했던 순간들. 그 대비가 너무도 강렬해서, 잠시 숨을 고르며 그때의 감정과 풍경을 다시 떠올려 보게 된다.
오늘은 그 여정 속에서 만났던 아름답고도 어딘가 처연한 두 지역의 자연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한다.
자연은 마치 그 나라의 형편을 말하듯, 두 지역의 풍경은 놀라울 만큼 다르게 나타난다. 물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모든 곳을 살펴본 것은 아니지만, 짧은 여정 속에서도 지형과 자연환경의 대비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어떤 곳은 물이 풍부하고 경작지가 잘 정비되어 있어 초목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또 어떤 곳은 바람과 돌이 지배하는 황량한 풍경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 차이는 단순한 자연조건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두 지역은 오랜 세월 동안 서로 다른 정치적 상황과 경제적 여건 속에서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물 관리, 토지 이용, 도시 개발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성경에서는 이스라엘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부른다. 이 표현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고대부터 이 지역이 비교적 비옥한 토양과 안정적인 물 공급을 갖춘 곳으로 여겨졌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지형적으로 해안 평야와 갈릴리 주변의 비옥한 지역이 있어 농업이 발달하기 쉬운 조건을 갖추고 있다. 현대에 들어서는 국가 차원의 관개 기술과 물 관리 시스템이 더해져, 건조한 지역에서도 풍요로운 경작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관개 시스템과 농업 기술을 바탕으로 건조한 지역에서도 풍요로운 경작지를 만들어냈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제한된 자원과 이동의 제약, 개발의 어려움 속에서 자연환경이 가진 원래의 척박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같은 땅을 밟고 있으면서도, 자연은 두 지역의 역사와 현실을 조용히 드러내는 또 하나의 기록처럼 느껴진다. 풍경을 바라보는 내내 아름다움과 안쓰러움이 동시에 밀려오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많은 지역은 돌과 거친 흙이 드러난 산악 지형이 넓게 분포한다. 자연적으로 물이 풍부하지 않은 곳이 많고, 경작 가능한 땅도 제한적이다. 여기에 오랜 분쟁과 정치적 제약이 더해지면서 토지 개발이나 물 관리가 충분히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어 왔다. 그래서 팔레스타인의 자연은 본래의 척박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고, 그 풍경은 성경 속에서 묘사되는 ‘험한 광야’의 이미지와도 겹쳐 보인다.
이렇게 보면, 두 지역의 자연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역사와 현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물처럼 느껴진다. 같은 땅을 밟고 있으면서도, 자연이 보여주는 대비는 두 지역이 걸어온 길의 차이를 조용히 말해주고 있다.
이스라엘의 풍요로운 농지와 정돈된 도시를 지나 팔레스타인의 거친 언덕과 황량한 들판으로 들어설 때, 자연의 대비는 마치 두 지역의 역사와 현실을 압축해 보여주는 듯하다. 같은 하늘 아래 있지만, 서로 다른 조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자연의 결을 따라 드러난다. 짧은 경험은 아름답기만 하지도, 슬프기만 하지도 않다. 풍경은 때로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답고, 또 때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처연함을 품고 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이 땅의 자연과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겪어온 시간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국제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에 와 있지만, 사실은 내가 더 많이 배우고 있는 셈이다.
이 척박한 환경의 팔레스타인에서 국제개발 프로젝트의 하나로 청년들의 취업과 창업을 돕는다는 일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이 땅의 현실을 깊이 마주하게 되는 경험이 된다. 돌과 먼지가 가득한 골목을 지나며 만나는 청년들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들의 눈빛에는 막막함과 희망이 동시에 담겨 있고, 그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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