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갈릴리 호수
이 글은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 수행자로 한동안 팔레스타인을 드나들면서 경험한 일들을, 오랜 세월이 지나 '웰다잉을 위한 웰빙의 삶'을 전하는 몫으로 삶의 방향을 다잡아 가면서 다시 정리하는 글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자연환경은 불과 몇 시간을 이동했을 뿐인데도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척박하고 메마른 풍경을 지나 이스라엘 북부로 들어서자, 공기부터 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갈릴리 호수에 가까워질수록 주변의 색감은 점점 더 짙어지고, 생명력이 가득한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이곳이 정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갈릴리 호수 주변의 자연경관은 그 표현이 과장이 아닐 만큼 풍요롭다. 잔잔한 물결, 호수를 둘러싼 올리브 나무들, 그리고 곳곳에 자리한 초록빛은 팔레스타인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넉넉함을 보여준다.
호숫가를 따라 걷다 보니, 한쪽에 조용히 자리한 비석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풍요로운 자연 속에 놓인 그 비석은 묘하게 따뜻한 분위기를 풍긴다. 마치 이곳의 평온함과 자유로움이 그 사람의 삶까지 감싸 안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자연의 너그러움 속에서 만난 이 작은 추모의 흔적은,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라 이 땅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는 상징처럼 다가온다. 비석은, 풍요로움 자체를 상징한다기보다는 한 사람의 삶과 신념을 기리는 추모의 자리에 가깝다. 하지만 네가 느낀 '넉넉함'이나 '풍요로움'이라는 감정은 충분히 이해된다. 비석이 놓여 있는 장소 자체가 아주 평온하고, 자연이 너그럽게 펼쳐진 공간으로 기억된다.
여정을 마치고 확인한 비석은, 요히 쉐메트(Yochi Shmet/요리 슈테른)라는 인물을 기리는 추모비로, 소련 출신으로, 유대인의 권리와 이주를 위해 활동했던 사람이며 이스라엘 사회에서 약자와 이주민을 위해 헌신했고, 정치 활동도 했던 인물이라 했다. 그가 남긴 시의 한 구절을 비석에 남겨뒀는데 '자연과 삶, 그리고 인간의 유한함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내용'이라 했다.
이 세상엔 누구나 꿈꾸었던 삶, 자유,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자연 속에서 조용히 외치고 있다는 느낌으로 이해되었지만 아주 짧게, '이곳의 넉넉함이 모든 이들의 삶과도 연결될 수 있을까?' '팔레스타인의 척박함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비석 자체는 풍요를 말하지 않지만, 그 풍경 속에 놓인 비석이 만들어내는 대비와 울림은 분명 어떤 넉넉함, 혹은 삶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또다시, 마음 한편이 다시 무거워진다. 이렇게 평온하고 넉넉한 풍경을 바라보면서도 팔레스타인의 현실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 같은 땅, 같은 하늘 아래 있지만, 한쪽은 풍요와 안정 속에서 삶을 이어가고 다른 한쪽은 여전히 제약과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갈릴리의 풍요로움이 아름다울수록, 그와 절대적으로 대비되는 팔레스타인의 현실이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갈릴리 호숫가에 만난 또 다른 풍경하나, '사반'이라는 동물로, 그들은 유난히 자유로워 보인다. 사람의 손길을 크게 경계하지도 않고, 호수 주변을 마음껏 뛰어다니며 햇빛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반은 넓은 발톱이 있고, 씹는 어금니에, 둥그런 귀를 가지고 있고, 이들은 탁 트인 지역에서 태양을 쬐는 것을 좋아한다. 꼬리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Hyrax의 발은 털이 없어 가파른 돌들을 다닐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동물의 턱은 언제나 움직이고 있다. 그 크기는 45-50센티 정도이며 무게는 1.5-5 키로까지 나간다. 수명은 약 9-12년 정도이다. 영리하고, 약한 동물의 상징이 되는데, 그룹으로 바위의 갈라진 틈에 서식을 하고 보초병을 세워서 주위를 감시하게 한다.
갈릴리 호숫가를 걷다 보니, 바위 위에 옹기종기 모여 햇볕을 쬐고 있는 사반들이 눈에 들어온다.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따뜻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어찌나 평화롭고 귀여운지, 한동안 걸음을 멈추고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사람을 경계하는 기색도 없이, 그저 이곳의 자연과 완전히 하나가 된 듯한 모습이었다. 척박한 팔레스타인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이런 여유와 자유가, 이 작은 동물들에게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눌려 있던 팔레스타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 안타까운 신 겸이 아주 조금 잠시나마 풀어지는 듯했다.
#국제개발협력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취창업지원 #인간의존엄성 #삶의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