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최초

15. 꿈의 혁신도시 ‘Rawabi’ 라와비

by 기린

이 글은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 수행자로 한동안 팔레스타인을 드나들면서 경험한 일들을, 오랜 세월이 지나 '웰다잉을 위한 웰빙의 삶'을 전하는 몫으로 삶의 방향을 다잡아 가면서 다시 정리하는 글입니다.


팔레스타인 최초의 꿈의 혁신도시 ‘Rawabi’


당시 팔레스타인은 여전히 전쟁의 기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혁신적인 도시’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던 곳이 있었다. 바로 라와비(Rawabi)다. 라와비는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 조성된 팔레스타인 최초의 계획도시다. 이 프로젝트의 투자자이자 책임자는 팔레스타인 개발업자이자 기업가인 바샤르 마스리(Bashar Masri)로, 그는 2011년 3월부터 야심적인 도시 건설 계획을 추진했다. 당시 그는 이스라엘의 현대 계획도시인 모디인(Modi’in)의 도시 관리 경험을 참고하며, 팔레스타인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즈음 현지에서 ‘Rawabi’라는 이름을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들었다. 마치 파라다이스나 신기루를 이야기하듯, “팔레스타인에도 놀랄 만한 곳이 있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곳을 마주했을 때,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라와비는 대규모 계획 신도시답게 현대적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이 담긴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다만 경제 발전을 목표로 조성된 도시였음에도, 정치적·행정적 제약으로 인해 성장 속도가 더딘 모습도 있었다. 그럼에도 라와비를 소개하던 정부 관료들은 한 목소리로 “라와비는 팔레스타인의 미래 도시 모델이며, 중요한 상징성을 지닌다”라고 강조했다.

그 말을 들으며, 내가 알고 있던 팔레스타인의 고정된 이미지가 완전히 깨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불안하고 삭막하고, 때로는 애잔하고 슬프기까지 했던 일상 속에서 버티며 지내던 날들 사이에서, 라와비는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별세계’처럼 느껴졌다.

라와비의 가장 가장 상징적인 종합관 입구

도시 입구의 종합 안내관, 조감도, 각종 시설들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2015년 개장 당시 약 5,000명이 입주했고, 장기적으로는 6만 명 이상이 거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외부에서 오는 학생들까지 포함한 학교 시설, 고급 브랜드 매장이 들어선 상가, 야외 카페, 실내 놀이터, 그리고 모험심 있는 이들을 위한 익스트림 스포츠 공간까지 갖추고 있었다. 다만 그때는 시설은 존재했지만 아직 활기를 띠지 못한 모습도 함께 담아 올 수밖에 없었다.

최근 브런치를 통해 당시 기록과 기억을 더듬어 보고, 이어서 현재 상황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려 했지만, 최신 정보는 쉽게 확인하기 어려워, 다시 한번, 이 글은 코로나 직전 업무차 몇 차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방문하면서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한 기록임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사진 출처: https://tinyurl.com/rawabi-60min (2019년 12월 8일 / 오후 7:46 EST / CBS 뉴스)
라와비를 설명하는 '종합안내관'

현지인들의 주장대로 라와비는 국제적으로 요구되는 원칙을 준수하며, 팔레스타인의 환경·지형·조건을 최대한 조화롭게 반영해 ‘사람이 가장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꿈의 프로젝트였다. 도시 확장과 시설 건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들었다. 약 5~6만 세대 분양 계획 중 코로나 이전 청년층 중심으로 약 4,000세대가 입주한 상태이며, 대부분은 현지 은행의 평가를 통해 이주 자금을 대출받아 정착한다고 한다.

'2017년-2019년 당시 아직도 공사 중'
복합쇼핑 단지라고 했는데......,
글로벌브랜드 Mango도 있고, nike도 있고.....

COVID-19 직전까지 수행했던 프로젝트로, 그 이후 꾸준히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관찰하고자 했지만, 팔-이/이-팔 간의 분쟁은 끊이지 않았었고, 최근 여러 가지 긍정적인 뉴스에 이어 자료를 다시 찾아보다가 라와비를 알리는 사이트를 통해, 당시와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정보로 '라와비는 팔레스타인 최초의 계획도시로 2007년에 구상이 시작되어 5년 뒤인 2012년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도시는 향후 팔레스타인 독립국이 세워질 경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상징적 도시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돌이켜 보니, 라와비를 찾았을 당시 느꼈던 아이러니가 새삼 기억이 났다. 즉, 라와비의 건설 과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적과의 동침’ 같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건설업체들은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의 도시 건설에 필요한 자재를 공급하고,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자신들의 고통과 분노의 원인이기도 한 유대인 정착촌에서 노동력을 제공했던 것이다. 이미 다른 회차에서도 언급했듯이, 정치·군사적으로는 극심하게 대립하는 두 집단이 경제 영역에서는 서로의 장벽을 넘나들며 얽혀 있는 모습인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연결고리의 중심에는 이스라엘이 자리하고 있었고, 국경을 넘나들며 값싼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는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의 현실은 또 다른 고통의 층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래서 라와비는 단순한 신도시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미래를 향한 희망과 동시에,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모순이 겹겹이 드러나는 공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 라와비 - 라와비의 창립자 [참고자료]

팔레스타인 기업가 바샤르 마스리는 팔레스타인 최초의 계획도시인 라와비의 창립자이자 주요 추진자, 세계경제포럼(WEC)으로부터 '내일의 글로벌 리더'로 선정되었고, 2018년 포춘지의 세계 50대 리더 중 한 명으로 선정된 마스리는 CBS 60 Minutes의 정규 코너 "라와비: 한 사람의 팔레스타인 미래 비전"(2019년 12월)에 출연했습니다. 그는 공공 봉사와 이사회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안-나자 국립대학교 이사회와 팔레스타인 올림픽 위원회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팔레스타인 체스 연맹 의장을 맡고 있으며 중동 투자 이니셔티브(MEII) 이사회 멤버입니다. 또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ISC) 개발 자문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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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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